유엔관리 "이라크 제재 너무 가혹" 비판

  • 입력 2000년 3월 2일 19시 57분


미국 정부 주도하에 이뤄지고 있는 이라크에 대한 유엔의 제재가 지나치다며 지난달 14일 사표를 낸 유엔 관리가 1일 다시 제재조치를 비판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독일 국적의 한스 폰 스포넥 유엔 이라크 지원 조정관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제재조치는 최저 생계도 보장하지 않을 만큼 가혹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라크 어린이들이 땅바닥에 앉아 공부하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이라크에 대한 제재조치는 ‘지성 발달을 중지시키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98년 9월 취임한 그의 임기는 올 3월말. 그는 지난달 14일 사표를 냈으나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

그는 생활이 어려운 이라크 부모 가운데 아이들에게 ‘하루 1달러 50센트를 벌어오지 못하면 집에 들어오지 말라’는 사람이 많아 거리의 잡상인으로 변한 어린이도 많다고 주장했다.

유엔은 이라크에 대한 무역봉쇄조치에도 불구하고 식량 등의 구입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석유수출은 일부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이라크가 벌어들인 외화는 29억달러. 이는 2200만 이라크 국민 1인당 252달러에 불과하며 이중 4%가량이 교육비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폰 스포넥 조정관의 주장. 그는 지난달 13일 미 CNN 방송 인터뷰에서 “이라크 정부에 대한 제재보다 이라크 국민의 인권이 우선돼야 한다”고 발언한 뒤 다음날 사표를 냈다. 미국은 “그는 월권행위를 하며 이라크를 편들고 있다”며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에게 그를 즉각 경질하도록 촉구했다. 전임자 데니스 홀리데이 조정관도 가혹한 제재조치에 반발, 사표를 냈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