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총통선거 '북풍한파'…야당후보 탈락 노린듯

  • 입력 2000년 2월 22일 23시 52분


3월 18일 총통선거를 앞둔 대만에 ‘북풍(北風)’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중국이 선거철만 되면 강해지는 대만의 독립주장 기류를 차단하기 위해 군사력을 앞세운 위협으로 ‘표’의 향배를 바꾸려 하고 있는 것.

중국은 21일 ‘하나의 중국과 대만문제’라는 백서(白書)를 발표, 대만이 대화를 통한 평화적 통일을 끝내 거부할 경우 무력행사를 포함한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주방자오(朱邦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주례 브리핑을 통해 “홍콩과 마카오가 모국의 품에 돌아온 만큼 양안 통일은 무한정 지체할 수 없는 긴급사안”이라고 강조했다.

▽백서내용〓백서는 대만의 유일한 장래는 중국 대륙과의 통일뿐이며 주민투표를 통해 대만을 중국으로부터 분리시키려는 어떠한 기도도 대만 주민들에게 재앙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천명, 대만이 협상 테이블에 나올 것을 종용했다.

특히 백서는 ‘통일을 위한 대화 거부’도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의 전제조건으로 새로 추가했다. 중국은 그동안 △대만 독립 △외국의 대만 점령 △대만의 사회적 혼란 등의 상황이 일어날 경우 대만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밝혀왔다.

▽‘북풍’ 배경〓홍콩언론 등 외신은 중국의 백서 발표에 대해 이번 대만 총통선거에서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제1야당 민진당의 천수이볜(陳水扁·49)후보가 선출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여론조작용’으로 보고 있다. 현재 천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소속의 쑹추위(宋楚瑜)후보와 함께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중국은 1996년 대만 총통 선거때도 후보들의 대만 독립지지 발언이 거세지자 대만해협에서 미사일 발사 등 군사훈련을 실시한 바 있다.

▽대만 반응〓대만 외무부는 22일 공식성명을 통해 “대만은 독립된 주권국가”라며 “대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중국의 태도는 양안의 긴장을 가중시킬 뿐”이라고 반박했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의 전쟁불사 방침에 대응해 민족의 생존을 위한 군사력 증강계획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22일 대만 증시는 중국의 백서 발표에 영향받아 폭락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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