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재정상태 국가별 표정]美 '함박웃음' 日 '울상'

  • 입력 2000년 2월 13일 20시 37분


《미국, 유럽 각국 및 일본 정부의 재정상태가 현저히 달라 나라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오랜 세월 막대한 재정적자에 시달렸던 미국은 사상 최대의 재정흑자를 기록해 홀가분해 하는 분위기다. 유럽 각국도 재정적자가 크게 줄어 균형재정에 근접해가고 있다.

반면 경제강국 일본은 경기침체로 재정이 크게 악화돼 당분간 ‘빚더미 왕국’이라는 오명을 씻기 어려울 전망이다. 》

▽즐거운 미국〓최근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의회에 낸 2001회계연도(2000년10월∼2001년9월) 예산교서에서 세입은 전년대비 7.2% 증가한 2조190억달러, 세출은 3.9% 증가한 1조8350억달러로 예상했다.

이번 회계연도에 1840억달러의 사상 최대 재정흑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 경제가 장기호황을 이어가 2010년까지 10년간 2조9190억달러의 재정흑자가 누적된다고 내다봤다.

미국 정부는 막대한 재정흑자에 힘입어 내년부터 10년 동안 중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총 2500억달러의 세금을 감면하고 교육 및 의료개혁에도 재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웃기 시작한 유럽〓유럽도 꾸준한 경기회복세에 힘입어 세수가 확대돼 재정사정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유럽연합(EU) 가입 15개국 전체로 보면 재정적자는 2001년 국내총생산(GDP)의 0.3%에 머물 전망이다. 1997년 재정적자 폭이 GDP의 2%를 웃돌던 것에 비하면 상황이 크게 좋아졌다.

독일은 1997년 재정적자가 GDP의 2.5%를 넘었지만 작년 1.2%로 떨어졌다. 독일정부는 2005년까지 기업들에 총 425억마르크(약 24조원)의 세금을 감면해줄 계획이다.

프랑스도 재정사정이 호전돼 내년부터 3년 동안 1200억프랑(약 20조원)의 주민소득세를 감면할 계획이다. 영국은 1998년 흑자로 돌아섰고 이탈리아는 2003년 균형재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빚더미 왕국’ 일본〓일본은 1990년대 거품경제가 꺼지고 세수가 크게 줄면서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3%대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8%에 육박할 전망.

그런데도 일본 정부는 경기를 부양하려고 매년 세출을 늘리는 확대재정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를 위해 90년대 들어 아홉 차례나 국채를 발행해 재정적자를 보전해왔으며 올해 32조엔을 비롯, 2005년까지 매년 30조엔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계획.

지금까지 일본 국채잔액은 1999회계연도 말(올 3월말)기준 501조5813억엔(약 5020조원)으로 같은 해 GDP 전망치인 496조엔을 웃돈다. 경기가 다소 회복되더라도 막대한 국가 채무가 다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이영이특파원>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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