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연두교서 이모저모]90분연설에 박수 128번

  • 입력 2000년 1월 28일 19시 01분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은 27일 연두교서 발표 연설에서 “우리나라가 역사상 이렇게 강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통상 미 대통령들이 연두교서에서 “현재 우리 국가의 상태는 강하다”고 보고하는 관례를 뛰어넘은 최상의 자신감을 피력한 것.

▼'경제강국 아메리카' 역설▼

미국은 다음달이면 107개월간의 ‘최장기 연속성장기록’을 수립하기 때문에 클린턴의 자신감을 헐뜯는 사람은 없었다.

이번 연두교서는 클린턴의 93년 집권 이후 8번째이자 마지막. 예외적으로 아무런 스캔들없이 하원 단상에 선 클린턴의 이날 연설은 ‘민주당 출신 린든 존슨 대통령 이후 30년만에 가장 진보적인(liberal) 연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클린턴은 더 이상의 스캔들도, 다시 출마할 일도 없어서인지 공화당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하고 싶은 일들의 리스트를 실컷 쏟아냈다. 고별연설이 아니라 마치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의 취임연설같았다.

이날 발표된 새 정책만 61가지. 대표적인 정책은 권총을 구입할 경우 주정부나 연방정부가 발부하는 면허증을 소지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지난해 컬럼바인 고교총기사건으로 아들을 잃고 총기규제 주창자가 된 톰 마우저를 특별손님으로 초청해 소개했다. 총기규제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도 마우저에게는 기립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클린턴 대통령은 교묘히 자신의 새 정책에 대한 초당파적 지지를 끌어냈다.

▼총기규제등 새정책 61개▼

이날 90분간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의원들이 무려 128번의 박수를 주도했다. 그중 절반은 기립박수였다.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앉아서 연설을 듣거나 일부는 자리를 떴다.

공화당의원들은 이날 발표된 클린턴 대통령의 새로운 제안들은 ‘국가 예산의 과다지출’이라고 일축, 새 정책이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공화당"예산 과다지출" 비난▼

클린턴은 자신의 정치적 유산을 승계할 앨 고어 부통령의 선거운동을 돕기 위해 연설도중 5번이나 고어를 언급했고 그의 부인 티퍼 고어까지 호명, 청중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도록 유도했다. 클린턴은 뉴욕주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자신의 부인 힐러리여사에게도 기립박수가 가도록 유도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같은 의도가 노출된 탓인지 이날 연설은 청중을 장악하는 완숙한 솜씨에도 불구하고 크게 인상적이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클린턴은 외교문제에 대해서는 연설을 시작한지 한시간만에야 언급하기 시작했고 새로운 내용도 없어 갈수록 대외문제에 대한 책임감과 관심이 엷어지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반영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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