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외교위 탈북주민송환 맹공]"러·中 상대 짝사랑 외교"

  • 입력 2000년 1월 14일 23시 08분


14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는 중국정부에 의한 탈북주민 7명의 북한 송환과 이를 막지 못한 외교통상부의 외교력 부재에 대한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다.

그러나 이날 취임한 이정빈(李廷彬)장관은 아직 업무파악이 제대로 안돼 있었던지 외교부 간부들이 주로 답변에 나서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긴장감은 훨씬 떨어졌다.

야당의원들은 “외교부가 주장해 온 ‘조용한 외교’가 고작 이것이었느냐”며 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에 대해 뭇매를 가했다. 야당의원들은 특히 탈북자 송환사태의 원인이 대북포용정책으로 인한 ‘북한 및 중국 눈치보기’에서 비롯됐다며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이신범(李信範) 의원은 “난민판정을 받았던 탈북주민의 한국행이 기정사실화됐었는데 중국이 돌연 북한으로 이들을 송환한 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며 “북한이 송환된 탈북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할 때까지 금강산관광을 즉각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한(金守漢)의원은 “김대중(金大中)정부 들어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가 밀월이라는 둥 자화자찬하더니 결국 우리측의 짝사랑으로 드러났다”며 “허장성세 외화내빈 속빈강정 외교로 망신만 당했다”고 주장했다.

박관용(朴寬用)의원은 “중국이 탈북자들을 북한에 송환한 것은 첫째 우리 외교부의 외교력 부재, 둘째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무성의, 셋째 북한당국에 대한 눈치보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뒤 “우리는 지금 미국 일본 북한으로부터 모두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덕룡(金德龍)의원은 “최근 북한과 러시아간에 기본조약을 체결하는 등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려는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관계가 강화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한 뒤 “한-러 및 한-중 관계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고 충고했다.

야당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지자 이장관은 “탈북자들이 일단 북한에 넘겨진 만큼 NGO 및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다각적 경로를 통해 이들이 박해를 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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