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숭이복제 성공…영장류 처음 "유전자치료 활용"

  • 입력 2000년 1월 14일 19시 40분


미국 과학자들이 초기 단계의 수정란 배아(胚芽)를 분할한 뒤 그 배아들을 원숭이 자궁에 이식해 원숭이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소재 오리건 보건과학대학 제럴드 셰튼교수팀은 14일자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배아 분리’ 기법으로 붉은털원숭이 암컷 한 마리를 복제했다고 밝혔다. 이 원숭이는 생후 4개월이 됐다. 사람과 원숭이류 등 대뇌가 발달한 영장류(靈長類)가 복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배아가 8구체(球體)가 됐을 때 2개 할구(割球)씩 4쌍으로 나눠 4마리의 어미 원숭이 자궁에 이식했다. 4쌍의 할구 가운데 세 쌍은 죽고 한 쌍의 배아조각이 157일 만에 원숭이로 태어났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이 복제 원숭이에게 ‘4분의 1’이라는 뜻의 ‘테트라’라는 이름을 붙였다.

테트라 생성원리는 배아 단계에서 분열돼 일란성 쌍생아나 세 쌍둥이 등으로 탄생하는 것과 같다. 다만 인공적으로 배아를 분열시켜 대리모의 자궁에서 자라게 한 점이 다르다. 또한 성숙한 체세포의 세포핵을 추출해 세포핵을 제거한 난자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복제한 양 ‘돌리’와 달리 이번 원숭이 복제는 유전자 조작에 의한 것이 아니다. 셰튼교수팀은 서로 다른 수정란의 배아에서 하나씩 떼낸 할구 2개씩으로 된 세 쌍의 할구와 테트라의 경우처럼 분할한 할구 한 쌍 등을 이용한 4마리의 복제 원숭이가 5월에 태어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셰튼교수는 “원숭이는 생물학적으로 사람과 가깝기 때문에 배아분할에 의한 복제기법이 인간에 대한 유전자 치료법 등의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에는 미국 조지워싱턴대 제리 홀 교수가 인간의 배아를 분할해 배양하다 폐기한 바 있다. 당시 로마 가톨릭 교회 교황청 등은 ‘인간복제’라며 홀 교수팀을 비난했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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