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지도 완성 초읽기]난치병 치료 신기원 연다

  • 입력 2000년 1월 11일 23시 05분


인간 유전자지도 작성이 올해 안에 완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 생명공학회사 셀레라 제노믹스의 유전자 규명 속도가 그런 기대를 높였다.

이 회사 크래그 벤터 사장(54)은 1998년 6월에 이미 “2000년초 게놈 해독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했다. “올 여름 안에 유전자 지도 해독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이번 공언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세계 과학계는 보고 있다. 15개국 정부가 1990년 30억달러의 비용을 투입해 추진해온 게놈프로젝트는 2003년 해독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셀레라 제노믹스가 게놈프로젝트보다 3년 가량 빠른 것이다.

유전자지도 해독은 난치병 치료의 길을 크게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 인간 질병의 대부분은 유전자 이상에 의해 유발되는 것으로 속속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 해독된 22번 염색체 내의 1000여개 유전자는 정신분열증 등 27가지 신경계통 질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은 물론 정신질환도 정복▼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암 당뇨병 고혈압 같은 신체질환은 물론 정신분열증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 등에도 유전자 치료가 가능해질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복합면역결핍증(SCID)은 1991년에 유전자치료로 완치됐다.

그러나 게놈프로젝트팀보다 민간회사가 먼저 유전자지도를 완성하면 유전자 정보의 상업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셀레라 제노믹스는 지난해 10월 10만여개 유전자중 6000개의 구조를 해독해 특허를 신청했다. 미국의 다른 생명공학회사 인사이트 파머슈티컬도 지난해 12월 수만개의 유전자에 대한 특허를 신청했다. 이 회사는 특허권을 얻으면 유전자 정보를 유료로 공급할 계획이다.

▼특허신청 정보유료화 논란▼

게놈프로젝트팀은 유전자 정보를 무료로 공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민간업체들이 앞서 특허권을 얻어 정보의 유료화를 추진하면 이를 막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일정 기간 특허권을 인정하는 것은 거액의 투자에 대한 당연한 대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와 인권단체 등은 유전자 정보가 인류공동의 재산이므로 특허권 부여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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