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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5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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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90년대 들어 냉전체제가 붕괴되고 50여년간 혈맹관계를 지켜온 러시아와 중국이 한국과 수교관계를 맺으면서 국제무대에서 고립감을 느껴왔다. 여기에 식량난까지 겹쳐 서방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북한이 냉전시대 때 역점을 뒀던 비동맹외교노선에서 탈피해 서방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것은 이 때문. 북한은 98년 11월 유럽연합(EU) 국가들과 처음으로 ‘정치대화’를 가졌고 지난해 9월에는 백남순(白南淳)외무상이 7년만에 유엔총회에 참석해 이탈리아 호주 필리핀 등과 양자회담을 갖기도 했다.
정부의 대북포용정책도 북-이 수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기 위해 미국 일본 등 북한과의 수교를 원하는 나라들에 대해 ‘북한과의 수교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정부가 5일 북-이수교에 대해 즉각 환영논평을 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이 수교가 북한의 대서방 관계개선의 돌파구 역할을 할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단기간 내에 많은 국가들과 수교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탈리아의 좌파세력의 활동이 활발하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로마에 위치해 양측간 교류가 활발했지만 독일 프랑스 영국 등 EU의 핵심국가들은 아직도 북한에 대한 시각이 냉담한 편이다. 북한과 다른 EU회원국들과의 관계개선은 오히려 미 일의 대북 관계정상화 여부에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