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교황후보들 "교황의 절대적 권위 재검토"

  • 입력 1999년 11월 16일 19시 14분


차기 로마 가톨릭 교황 후보로 거론되는 자유주의 성향의 추기경들이 교황의 절대적 권위에 대한 재검토를 주장하고 나섰다고 영국의 일간지 더 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차기 교황 선출을 둘러싸고 가톨릭 교계에 보수주의파와 자유주의파의 논쟁이 일 것 같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올해로 취임 21주년이 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79)는 최근 기력이 떨어져 인도와 그루지야 순방 도중 몇차례 쓰러질 뻔했다.

이에 따라 후임 선출 이야기가 교황청 주변에 나돌고 있다. 보수성향의 교황 측근 가운데 누가 후보로 유력한 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자유주의 성향의 후보 가운데는 두 인물이 유력하다.

그 중 한 명인 이탈리아 밀라노 대주교 카를로 마리아 마르티니 추기경(72)은 14일 한 라디오방송과의 회견에서 “요한 바오로 2세가 행사해온 절대적 권위는 재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달 로마에서 열린 ‘유럽 주교 대의원회의’에서는 △교회 민주화 △평신도 이혼 불인정 재검토 △사제 수도사 등의 독신제 재검토 등을 주장해파란을일으킨적이있다.

또 다른 인물은 로마 교황청 ‘2000년 대희년(大禧年) 위원회’ 로제 에체가레이 위원장(77).

그도 “교황이 ‘동료 중의 한 명 이상’이기는 하지만 초월적인 존재는 아니다”며 가세했다.

로마 교황청의 한 신학자는 이에 대해 “교황의 절대적 권위를 영국 국교회나 그리스 정교에서처럼 인정하지 않는 것은 가톨릭교회의 정체성을 해치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박했다.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이 ‘최고의 권위’를 갖는다는 것은 11세기에 명문화됐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