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게임기 - 영화 '포케몬', 美어린이 혼 빼앗는다

  • 입력 1999년 11월 14일 18시 50분


일본 기업이 제작한 로봇과 만화주인공들이 미국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잇따라 지배하고 있다.

일본 만화 주인공 ‘포케몬’이 90년대 들어 세번째로 미국을 강타했다. 최근 미국에서 영화로도 개봉돼 절정에 오른 포케몬의 인기는 2000년까지 계속될 기세다.

90년대 초반에는 일본 만화 주인공 닌자 거북이, 90년대 중반에는 로봇 파워 레인저스가 미국을 휩쓸었다. 그래서 80년대말 이후에 태어난 미국 어린이들을 ‘닌자 거북 세대’ ‘파워 레인저스 세대’ ‘포케몬 세대’라고 구분해 부를 정도.

▼ 폭발적 인기 이어져 ▼

98년 비디오게임기로 미국에 처음 도입된 포케몬은 TV만화 인형 카드 책과 각종 어린이용품 캐릭터 등 개발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보통 3년을 넘지 않는 유행주기도 깨뜨릴 전망이다.

포케몬(Pokemon)은 주머니(Pocket)와 괴물(Monster)의 합성어로 가상괴물들을 일컫는 말. 어린이 주인공 ‘애시’가 괴물들을 모두 잡아 악마의 세계를 평정해 간다는 줄거리다.

일본의 게임기제조회사 ‘게임 프리크’의 사장이 직접 창안한 포케몬은 대표적 전자게임기회사 닌텐도를 통해 비디오게임과 TV만화 등 다양한 상품으로 개발됐다.

10일 미국내 3000여개 극장에서 개봉된 ‘포케몬―첫번째 영화’는 개봉 첫날에만 1060만달러의 흥행수입을 올려 미국 영화사상 11월 평일 개봉작으로는 최고를 기록했다. 월요일인 15일까지 흥행수입은 5000만달러(약 600억원)에 이를 전망. 포케몬 상품의 올해 미국내 판매수입은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 세계적으로는 70억달러(약 8조4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케몬이 동심을 사로잡은 것은 어린이들만의 환상세계에 악마와의 싸움이라는 전통적 소재를 결합했기 때문. 그러나 폭발적 인기는 어린이시장의 경향을 철저히 분석한 영업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151가지의 가상동물(영화에 새로 공개된 3가지를 포함하면 154가지)을 창출했다. 151가지 가상동물의 카드를 구입하거나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유행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어린이들은 수집하기를 좋아한다는 데 착안해 비디오게임기에 이어 카드놀이를 개발했다. 닌자 거북이나 파워 레인저스의 부족을 보완한 것이다.

▼ "폭력적 내용" 비난도 ▼

게다가 적절한 타이밍. 비디오게임기를 먼저 선보이고 캐릭터상품 카드 TV만화영화에 이어 극장용 영화개봉에 이르기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새로운 관련 상품을 내놓아 포케몬 열풍을 이어나갔다.

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 베이커 어린이센터 수잔 린 부소장은 “포케몬이 닌자 거북과 파워 레인저스에 비해 덜 폭력적이지만 기본적으로 싸움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메시지는 같다”고 비난했다. 콜로라도의 한 목사는 어린이들이 보는 가운데 포케몬 카드를 불태웠다. 샌디에이고에서는 포케몬 카드교환놀이가 ‘불법도박’이라며 닌텐도사를 고소했다. 대부분의 학교는 포케몬 게임이나 카드의 소지를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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