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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21일 19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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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에는 민병대 등 독립에 반대하는 세력의 저항으로 긴장이 계속되고 있다.
17일 로스팔로스를 출발해 딜리를 거쳐 말리아나까지 4일 동안 300㎞를 이동하며 현지상황을 취재했다.
17일 로스팔로스와 콤항구에서 한국군에 작전지역을 인계하고 딜리로 떠나는 영국군 소속 네팔용병 구르카부대의 차량에 올라탔다.
콤항구의 해안을 따라 늘어선 대부분의 주택은 시커멓게 불탔거나 부서져 있었다. 지붕이 남아 있는 집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아열대 지방에서 더위나 비를 피하는 시설을 민병대들이 철저하게 파괴했기 때문.
도로에는 죽은 소나 말이 그대로 방치돼 있었다. 죽은지 오래 됐는지 벌레가 잔뜩 달라붙어 있었고 냄새가 코를 찔렀다.
18일에는 차량을 임대해 딜리에서 서쪽으로 30㎞ 가량 떨어진 리퀴사를 찾았다. 리퀴사는 동티모르에서도 민병대 활동이 극심했던 곳으로 다국적군이 도착하기 전에 200여명이 학살됐다.
다국적군이 주둔한지 3주일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민병대의 잔혹함이 아직도 두려워 저녁이면 산으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19일에는 다국적군 사령부의 안내로 다국적군과 인도네시아 및 민병대가 대치중인 전선에서 20㎞ 떨어진 말리아나를 방문했다.
구불구불한 도로가 10㎞ 이상 이어지는 험한 산길을 지나는 동안 파괴된 주택과 시커멓게 불탄 차량만 눈에 띄었다.
다국적군 차량이 나타나면 주민들은 숲에서 도로로 뛰어나와 다국적군을 의미하는 “인터펫(INTERFET)”을 외쳤다.
20일 딜리로 돌아오는데 어린이들이 손을 흔들어 차를 세우자 ‘잠부아일’과 ‘아이아타’라는 열대과일을 건네줬다. 그리곤 “오브리가도”라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뜻이었다.
〈딜리(동티모르)〓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