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칠레 공군참모총장『피노체트는 비겁한 겁쟁이』

  • 입력 1999년 10월 12일 18시 42분


73년 군사 쿠데타로 집권, 90년까지 칠레를 강권통치했던 독재자 아우구스토 피노체트(83)는 강하고 단호한 성격의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는 쿠데타 실패를 두려워해 거사 마지막 순간까지 망설였던 겁쟁이였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일간지 클라린은 피노체트와 함께 쿠데타를 일으켰던 구스타보 레이그 전 칠레 공군참모총장(지난달 29일 사망)과 생전에 가진 인터뷰를 10일 게재했다. 이 신문사는 84년 ‘사망 후 기사화’를 조건으로 그와 인터뷰를 가졌다고 11일 AFP통신이 전했다.

당시 육군 참모총장 피노체트는 공군과 해군이 주축이 된 쿠데타 계획을 듣고는 “잘못되면 모두 죽는 것 아니냐”며 며칠간 동참 여부를 정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레이그는 당시 피노체트는 잔뜩 겁을 먹고 쿠데타에 개입하는 것을 몹시 두려워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노체트는 레이그가 공군기를 출동시켜 대통령궁을 폭격하도록 하자 태도를 바꿔 쿠데타 세력에 가담했다. 이후 쿠데타가 성공하자 피노체트는 자신이 쿠데타를 모의단계부터 주도한 것처럼 행세했으며 쿠데타 주역을 권력 핵심부에서 모두 제거했다. 해외로 망명하면 비밀경찰을 시켜 살해했다.

현재 영국 런던의 가택에 연금돼 있는 피노체트는 집권중 자행된 인권유린 행위와 관련, 스페인에 넘겨져 법정에 서야 할 처지에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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