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舊蘇 스파이활동 英 할머니 언론공개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영국 역사상 가장 오랫동안 구소련을 위해 스파이활동을 해온 한 할머니가 언론의 추적끝에 공개됐다.

영국 BBC방송은 10일 자사의 다큐멘터리 전문팀인 ‘스파잉 게임’이 30년대초부터 72년까지 영국의 원자폭탄 제조계획 등 고급 정보를 구소련에 넘긴 멜리타 노우드(87)를 장기간의 추적끝에 찾아냈다고 보도했다.

영국의 한 과학단체 비서로 근무하던 노우드는 30년대초 구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특채됐다. BBC는 그가 45년 원자폭탄 제조 관련 문건을 구소련에 넘겼으며 구소련은 이 자료 등을 토대로 1년 뒤 원자폭탄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노우드가 스파이였다는 사실은 92년 KGB의 해외담당 요원이던 바실리 미트로킨이 외국인 스파이 명단을 갖고 서방에 망명해 드러났다.

영국 정부는 수년간 고민하다가 올해 초 고령 등을 이유로 노우드에 대한 처벌을 포기했다. BBC추적팀은 “노우드가 구소련에 제공한 정보는 큰 재난을 불러올 수도 있었지만 미국이 6·25전쟁때 구소련을 의식해 원폭을 투하하지 못한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노우드는 “보통 사람들에게 보다 많은 교육기회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체제(공산주의)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스파이활동을 했다”고 말했다고 BBC는 전했다.

〈윤양섭기자〉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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