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 총재선거 점화]오부치-차세대 지도자 정면승부

  • 입력 1999년 9월 8일 19시 24분


일본 집권 자민당의 총재선거가 9일 고시(告示)돼 선거전이 본격화한다. 투표일은 21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62·12선)총리, 가토 고이치(加藤紘一·60·9선)전 간사장, 야마사키 다쿠(山崎拓·63·9선)전 정조회장의 삼파전이다.

◆오부치 당선 확실시

소속의원 371명의 67%를 장악하고 있는 오부치총리의 재선이 확실시되지만 이번 선거는 여러 측면에서 주목된다.

우선 차세대 지도자로 꼽혀온 YKK(야마사키, 가토,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전 후생상)그룹의 본격도전이라는 의미가 크다. 고이즈미는 지난해 총재 선거에서 패배했기 때문에 이번은 이들 그룹의 ‘2차 도전’인 셈이다.

현직 총리에게 선수(選數)에서 새까만 후배가 도전하는 것은 21년 만의 일이다. 그동안은 파벌간 막후조정으로 단독추대를 하거나 총리경험이 없는 사람끼리 경쟁했다.

그런 관행이 깨진 것은 가토의 강공 때문. 그는 이번에 양보하고 다음에 총재직을 넘겨받으라는 ‘선양론(禪讓論)’을 거부했다. ‘누구도 총재직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는 판단과 패배해도 대장상 정조회장 국회대책위원장을 내고 있는 가토파를 무시하지 못할 것이라는 속셈이 작용했다.

◆정계개편 싹 될수도

최대 쟁점은 오부치총리가 이루어낸 공명당과의 연립. 가토는 공명당과 연립하는 것은 정책적 실수라며 오부치총리를 공격하고 있다. 이에 야마자키도 합세했다.

이에 대한 오부치총리의 반격은 매섭다. 오부치총리는 “공명당과의 연립에 반대하는 그룹은 총재선거 후 개각이나 당직안배 때 고려하겠다”고 사실상 ‘보복인사 방침’을 천명했다. 이에 가토는 “총재선거와 인재등용은 별개”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협조적이던 오부치파와 가토파의 이같은 정면대결이 정계개편의 싹이 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토가 당을 뛰쳐나가지는 않더라도 선거 후 가토파에 대한 오부치총리의 ‘박대(薄待)’가 계속된다면 경선후유증은 오래 갈 것같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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