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유출혐의 대만계 과학자, 인종편견 범인으로 몰려』

  • 입력 1999년 8월 18일 18시 39분


중국에 핵탄두 기술을 건네준 혐의를 받아온 미국 국립 로스 앨러모스 연구소 리원허(李文和)박사는 대만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억울하게 간첩으로 지목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지가 17일 보도했다.

이 연구소에서 방첩국장을 지낸 로버트 브루먼은 워싱턴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인종적 편견이 리박사를 지목한 유일한 이유였으며 핵기술이 로스 앨러모스 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증거도 없다”고 폭로했다.

브루먼의 이같은 증언은 아시아인에 대한 미국사회의 인종적 편견을 다시 확인한 것이다. 미국 공화당 일각에서는 아시아인들이 미국과 모국 양쪽에 이중 충성심(dual loyalty)을 갖고 있으므로 민감한 군사기술을 다루는 직책에서 아시아인을 배제하는 법안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 바 있다.

브루먼은 리박사의 혐의점이 86년과 88년 중국을 방문해 물리학 연구소에서 중국 관리들과 접촉했다는 것이지만 같은 기간에 중국을 방문한 로스 앨러모스 연구소 소속 백인 과학자 13명은 한 사람도 수사대상에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문제의 W88 핵탄두 기술정보는 국방부 에너지부 방산업체와 각 군(軍) 등 548개 기관에 전파돼 있었기 때문에 어디에서 새어나갔는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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