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 大選모의투표]향응으로 얼룩진 투표장

  • 입력 1999년 8월 15일 18시 45분


“정치도 서커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15일 미국 뉴욕타임스지는 아이오와주 모의투표를 이렇게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후보의 정책보다 누가 더 맛있는 바비큐와 더 감미로운 컨츄리음악을 제공하는지가 관건이었다”고 비꼬았다.

이 신문 인터넷판에 따르면 예비후보들은 투표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대형 텐트를 쳐놓고 먹을거리와 볼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했다. 투표자들의 입장료 25달러와 교통편도 대부분 후보들이 부담했다.

후보들은 투표자들의 시선을 끌기 좋은 ‘명당자리’를 차지하느라 경매도 벌였다. 조지 W 부시 텍사스주지사가 4만3500달러로 제일 좋은 자리를 잡았다. 출판재벌 스티브 포브스와 엘리자베스 돌 전적십자사 총재가 그 다음이었다. 득표순위와 같다.

부시는 75만달러를 썼다. 그러나 포브스는 200만 달러나 쏟아부었다. 포브스는 돼지고기 바비큐 대신 고급 스테이크를 대접했다. 에어컨까지 갖춘 포브스의 초대형 텐트는 영화세트를 방불케 했다. 인기 컨츄리송 가수 로니 밀삽, 영화배우 데비 분이 공연했고 카키색 치마와 짝 달라붙는 흰색 셔츠의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성들이 홍보자료를 나눠줬다.

값싼 햄버거와 핫도그를 제공한 댄 퀘일 전부통령은 “스테이크는 다른 후보 텐트에서 먹고 표는 나에게 달라”고 호소했으나 9명중 8위에 그쳤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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