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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7월 25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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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에 논문 ‘역사의 종말’을 발표했던 미국 조지메이슨대 프란시스 후쿠야마교수가 논문 발표 1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논문에서 이렇게 선언했다. 그의 회고논문도 ‘역사의 종말’을 게재했던 미국의 외교전문 계간지 ‘내셔널 인터레스트(국가 이해)’ 여름호에 실렸다.
‘역사의 종말’은 그의 스승이자 탁월한 정치사상가인 새뮤얼 헌팅턴 하버드대교수의 ‘문명의 충돌’과 함께 냉전 이후 세계에 대한 상반된 해석법을 제시한 명저.
헌팅턴은 냉전 이후 인류역사가 기독교 이슬람교 유교 등 종교와 인종의 충돌로 나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후쿠야마는 역사는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결합된 국가에서 완성된다고 주장했다.
후쿠야마는 회고논문에서도 “헌팅턴교수는 경제적 근대화와 기술의 변화가 문명간의 벽을 허물고 서구화의 방향으로 세계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후쿠야마는 “최근 생명공학의 비약적 발전으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간의 성향조차 바꿔놓을 수 있는 시대가 오고 있기 때문에 역사가 자유주의 국가형태에서 완성된다고 본 데는 허점이 있었다”고 자신의 오류를 일부 인정했다.
지난 10년 동안 그의 가설을 위협한 최대의 사건은 태국 한국 인도네시아의 금융위기와 러시아 개혁정권의 붕괴. 전자는 시장경제의, 후자는 자유주의적 민주정권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
그러나 그는 “동아시아 위기를 경험한 지금 세계화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이 확인됐으며 한때 아시아 국가들이 구가하던 ‘아시아적 대안’은 일본경제의 장기침체로 더 이상 현실성을 띠기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러시아의 사례는 민주적 제도를 건설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입증하는 것일 뿐”이라며 “역사가 과거 공산정권으로 회귀하는 것은 아니다”는 시각을 보였다.
이번에 그가 초점을 맞춘 것은 생명과학의 발전. 유전자 조작을 통해 누대에 걸친 왜소증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듯이 폭력적 경향의 사람들에게는 폭력적 증상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를 제거하는 방향으로까지 생명과학이 발전할 것으로 그는 예측했다.
그는 한 국가가 유전자 조작을 통해 우수한 개인들을 ‘생산’하고 다른 국가들도 가만히 있지 않는 상황까지 올 수 있다면서 “자유주의적 근대국가의 원형이 돼온 인간의 개념이 바뀌는 날에는 ‘후인간(Posthuman)’의 역사가 새로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