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돈부시교수 강연]『한국 개혁마인드 풀렸다』

  • 입력 1999년 7월 22일 18시 12분


세계적인 석학 루디거 돈부시교수(미국 MIT대)가 한국의 구조조정 성과가 기대에 못미친다고 비판했다.

돈부시교수는 ‘세계경제, 도전과 전망’을 주제로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세계경제연구원과 한국무역협회 주최 강연회에서 “경기회복과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국가 전체적으로 개혁 마인드가 느슨해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재벌개혁이 늦어짐에 따라 은행들도 다시 휘청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개혁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효과적인 경제구조 구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돈부시는 또 정책당국의 과다한 구조조정 개입으로 경제외적인 변수가 많아진 것도 문제라며 부실기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충고했다. 이 발언은 최근 삼성자동차 및 대우그룹 처리과정에서 정부 내부에서조차 의견조율이 되지 않아 혼선을 빚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한국이 제대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선 ‘또다른 위기’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는 경고도 남겼다.

돈부시교수는 현재 세계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회복기조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은 하나의 시나리오일 뿐이며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발생가능성 등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신경과민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으며 유럽은 경제구조가 취약해 세계경제에 돌발악재가 발생할 경우 대응책이 거의 없다는 것.

또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2.5배에 이르는 공공부문 부채규모가 해결되지 않는 한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돈부시교수는 “미국이 긴축정책을 펼 경우 남미 뿐만 아니라 개혁이 미진하고 은행위기로 민간 부채비율이 높아진 아시아국가 또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어 경제회복에 여러가지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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