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잭슨 공연 「소문난 잔치」 그쳐

  • 입력 1999년 6월 29일 19시 30분


‘금세기 마지막 빅이벤트’ ‘지상최대의 쇼’로 기대를 모았던 자선공연 ‘마이클 잭슨과 친구들’이 팬들도 실망시키고 흥행에서도 35억달러의 적자 결산표를 내놓았다. 한국 공연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것이라던 예상도 빗나갔다.

국내외 호화군단이 15개팀이나 참가했으면서도 공연 진행은 한국 보통수준의 콘서트에도 못미칠 만큼 허술했다. 출연진 교체로 무대공백 시간이 최고 20분까지나 생겨 공연의 맥을 끊어놓았다. 영화배우 스티븐 시걸의 노래는 아마추어 수준일 만큼 출연진의 수준차도 컸다. 머라이어 캐리는 당일 오전에 도착, 피로 때문에 노래를 제대로 부르지 못했다.

잭슨의 무대를 제외하면 조명도 단순했고 음향도 울림이 많아 상당수 좌석에서는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세계 팝스타들 수준의 스펙터클 무대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잭슨 무대때 시선을 사로잡은 ‘돌아오지 않는 다리’모형과 ‘소녀와 병사’의 드라마도 96년 내한 공연의 재탕이었다.

관객에 대한 서비스도 불충분했다. 당초 오후7시 개막예정이었으나 주최측은 충분한 사전예고 없이 이를 30분이나 앞당겼고 초반 공연은 관객입장이 계속되는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공연이 예정시간보다 크게 늦어지자 귀가를 걱정한 관객들이 마지막 ‘H.O.T’의 무대때 서둘러 일어서기도 했다. 관객들 사이에선 이번 공연이 독일 자선공연을 위한 연습이며 한국관객을 우롱한 것이 아니냐는 불평도 터져나왔다.

공연이 이처럼 실패작이 된데는 주최측의 준비와 경험부족에다 무성의까지 겹친 탓이라고 공연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측 대행사인 제일기획은 출연진과 레퍼토리조차 “우리는 대리인일 뿐인데 마이클 잭슨 측에서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가 공연 전날에야 윤곽을 드러냈다. 생중계했던 SBS도 리허설을 보고 방송용 큐시트를 짰다. 케니 지와 스티비 원더,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은 방한하지도 않았다.

제일기획은 “이같은 세계적 공연이 실패하면 한국 뮤직팬들의 국제적 망신”이라며 준비에 최선을 다한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패였다. 대형공연 기획실적이 없는 제일기획으로서는 역부족인 행사라는 지적도 따른다.

〈허 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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