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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8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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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의 예비후보 스티브 포브스는 인터넷을 통한 마케팅 전문가 릭 시걸을 인터넷 선거참모로 기용했다.
같은 공화당 예비후보인 존 케이직 하원의원도 인터넷관련 회사 USWeb/CKS의 마크 크뱀 회장을 선거책임자로 영입했다. 크뱀은 거주하는 주(州)에 따라 유권자들이 보는 웹페이지가 달라지도록 케이직의 웹사이트를 설계했다.
민주당의 선두주자 앨 고어 부통령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인터넷 여론조사 전문가 할 맬초우를 선거참모로 채용했다. 기존 여론조사가 전화번호부에서 1000명 정도의 표본을 골라 많으면 50가지 정도의 질문을 던지는 방식인 반면 맬초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수의 질문을 던지는 조사방식을 채택했다. 그는 질문수가 적다는 뜻에서 ‘꼬마여론조사(Minipoll)’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표본수가 1만명에 이르는 방대한 조사다.
조사결과 처리도 사람들의 답변을 합산하는 정도를 넘어선다. 컴퓨터를 활용해 응답자의 나이와 투표성향, 인종, 교육배경 등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정확한 분석결과를 내놓는다.
지난해 한국계 공화당후보 임용근씨와 현역의원인 론 와이든이 맞붙은 오레곤주 상원의원 선거에 ‘꼬마여론조사’를 시도한 결과 아시안계 미국인이 밀집한 지역에서도 고등교육을 받고 특정정파를 지지하지 않는 젊은 아시아계는 임씨보다 와이든 의원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결과는 여론조사와 일치했다.
미국 선거운동의 핵심은 정확한 여론조사와 이를 바탕으로 한 홍보. 지금까지는 TV광고가 주요 홍보수단이었고 엄청난 선거자금이 필요했다. 그러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기 때문에 유권자의 성향에 맞는 홍보를 하기가 어렵다.
반면 인터넷 광고는 유권자의 구미에 맞는 홍보를 가능하게 한다.
공화당의 선두주자 조지 W 부시 텍사스 주지사는 텍사스주에 거주하면서 지난 다섯차례의 선거에서 3번 이상 공화당을 지지한 젊은 유권자들만을 상대로 하는 맞춤 인터넷 광고를 준비중이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에 관한 정보를 수집해 후보들에게 판매하는 아리스토틀 같은 정치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신종 정치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예비후보들의 웹사이트는 단순히 후보와 그의 정책을 일방적으로 홍보하는 단계를 지났다. 유권자들과 후보가 쌍방향으로 교신하는 상호주의가 아니면 호응을 얻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고어 부통령은 자신의 웹페이지 디자인을 인터넷을 통해 공모,‘하이테크 후보’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공화당의 엘리자베스 돌 예비후보는 자신의 사진이 담긴 우편엽서를 유권자들이 친지들에게 보낼 수 있도록하는 웹페이지를 고안했다.
미국에서는 인터넷을 통한 정치자금 기부 허용여부도 이미 쟁점으로 등장했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후보들이 웹사이트상에서 신용카드로 정치자금을 받을 경우 국고보조금을 받지 못하도록 아직은 제한하고 있다.
민주당의 빌 브래들리 예비후보는 이 조치가 자유로운 선거자금의 기부를 막고 있다면서 허용을 요청하는 청원을 냈다. 인터넷 모금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이 허용되면 선거판도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