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무부 『北 금창리시설 核합의 위반안했다』

  • 입력 1999년 6월 24일 19시 33분


미국은 지난달 실시한 북한의 금창리 지하핵의혹 시설에 대한 현장조사 결과 북한측이 핵개발 동결에 관한 미국과의 기본합의를 위반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국무부가 23일 밝혔다.

국무부의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 조사단이 금창리에서 비어 있는 넓은 터널단지를 발견했으며 용도규명을 위해 최대한의 기술분석을 한 결과 “의혹은 남아 있으나 현재로서는 기본합의를 위반했다고 결론지을 만한 것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루빈 대변인은 내년 5월 다시 미 조사단이 금창리를 방문해 이번 조사결과를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찰스 카트먼 한반도평화회담 담당특사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북한측에 통보했으며 이에 앞서 미 의회와 한국 일본정부에도 통보했다고 루빈대변인은 전했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고 할 만하다. 지난해 8월 미 뉴욕타임스지가 금창리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이후 북한이 핵시설을 건설하고 있다는 의혹과 주장이 요란했지만 결국 아무런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미국은 현장접근의 대가로 대북 식량원조만 전년(50만t)보다 10만t 더 얹어줘 북한의 전술에 놀아난 꼴이 됐다.

미국은 다만 이번 논란으로 북한의 핵개발 의도에 쐐기를 박은 예방적 효과는 있었다고 보고 있다. 30만t이나 되는 흙더미를 파헤친 토목공사의 규모로 보아 금창리시설을 핵시설 이외의 것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체가 없는 금창리 의혹이 커진 이유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대북강경파 가운데 누군가가 미 국가정찰국(NRO)의 정보를 흘려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이끌려고 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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