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登輝 대만총통 『지역구 세습화가 日정치 망쳤다』

  • 입력 1999년 6월 23일 23시 03분


“일본정치가 지금처럼 한심해진 것은 정계에 세습이 만연됐기 때문이다.”

리덩후이(李登輝)대만총통이 일본의 ‘정치인 세습화’가 정치인의 질적 저하를 초래해 ‘정치침체의 원흉(元兇)’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총통은 최근 일본어로 번역출판된 ‘대만의 주장’이란 저서에서 “일본정치가 정책결정에서 유연성을 잃은 채 경직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일본에서 정치인이 되는 가장 빠른 길은 정치인의 자녀로 태어나거나 정치인 자녀와 결혼하는 것, 또는 정치인의 비서가 돼 인정받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일본에서 뛰어난 정치가가 나오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총통은 “자신의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할아버지나 아버지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정치인이 된 사람은 부분적이고 좁쌀같은 것에만 신경을 쓰고 큰 틀을 보지 못하며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는 경향이 있다”며 “어쩌다 총리가 되더라도 무엇을 할지 모르게 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본 정치인들에게 “사소한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크고 두터운 것을 보라”고 주문했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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