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국제 金경매기구 만들자』…거래질서 재편 필요

  • 입력 1999년 6월 20일 18시 41분


국제시장에서 최근 금값이 계속 추락하자 금 거래질서를 재편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금 생산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중앙은행 부총재 제임스 크로스는 최근 각국 중앙은행 소유의 보유금 경매를 관장하는 새로운 국제기구를 설립할 것을 제안했다.

현재는 중앙은행들도 민간처럼 자유롭게 금 경매에 참여하고 있지만앞으로는이기구를통하도록 해 거래를 사전조정하자는 것.

예를 들어 현재는 각국 중앙정부가 매각방침을 미리 밝힌 다음 경매시장을 통해 금을 매각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경매 일시만 발표하고 당일 어떤 국가가 경매에 참여하는지는 비밀에 부치는 방법이 제안됐다. 이런 제안이 나온 것은 최근 각국 정부가 앞다퉈 금매각 발표를 하자 실제 거래가 이뤄지기도 전에 심리적 요인 때문에 금값이 폭락했기 때문.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의 금 현물가격은 5월초 온스당(28.3495g) 290달러에 육박했으나 현재 260달러 수준으로 한달만에 10%가량 떨어졌다. 수개월 내에 온스당 150달러선으로 떨어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최근 금값 폭락은 수요감소와 공급과잉에서 비롯됐다.

전통적으로 금소비가 많았던 한국과 동남아시아에서는 97년 경제위기 이래 수요가 크게 줄었다. 98년 1∼9월 아시아 각국이 사들인 금은 약 750t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40%나 줄었다.

개인용 컴퓨터와 반도체 등에 사용된 공업용 금의 재활용도 크게 늘어나 98년 약 900t의 금이 재활용됐다. 90년의 1.7배에 해당한다.

5월이후 금값급락의 원인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매각 방침 때문.

잉글랜드은행(영국 중앙은행)은 5월7일 보유금 717t 가운데 58%에 해당하는 415t을 수년 안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7월 6일 25t을 경매에 부치는 것을 시작으로 연내에만 125t을 팔 방침. 이날 런던시장에서 금값은 10달러나 떨어져 280달러대로 추락했다.

스위스 정부도 나치 희생자에 대한 보상 재원을 마련하기위해 수년내 1300t의 금을 매각키로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최빈국에 대한 부채탕감 재원으로 쓰기 위해 3년에 걸쳐 보유금의 약 5∼10%를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값 폭락으로 남아공은 금광들이 문을 닫는 등 국내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고 급기야 금 경매질서를 재편하자고 나선 것이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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