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잘란 죽음앞에 나약?…재판서 소신굽힌 발언 잇따라

  • 입력 1999년 6월 2일 20시 07분


터키에 체포돼 재판을 받고 있는 쿠르드족 반군 지도자 압둘라 오잘란(50)이 평소의 소신을 굽히는 발언을 계속하고 있다. 사형선고가 거의 확실한 극한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나약함이 드러나고 있는 것일까.

오잘란은 재판정에서 그동안 인권탄압국으로 규탄해 온 터키를 ‘민주국가’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자신이 이끄는 쿠르드노동자당(PKK)에서 떨어져 나간 반대세력은 물론 이혼한 아내까지 ‘팔아넘기는’ 진술을 했다.

오잘란은 PKK에 무장투쟁을 끝낼 것을 촉구해 주위를 놀라게 한데 이어 “그리스 시리아 이란 등이 과거 PKK의 무장을 지원했다”며 ‘우방’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영국의 BBC방송은 3일 “오잘란이 비겁한 모습을 계속 보일 경우 그에 대한 지지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오잘란은 재판 이틀째인 1일 재판부가 스웨덴의 올로프 팔메 전총리 암살사건을 추궁하자 “나는 관련이 없지만 다른 쿠르드족 무장세력인 ‘PKK레진’이 팔메를 죽였다는 정보를 갖고 있다”며 “내 전처와 전처의 새 남편이 배후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진술했다. PKK단원의 망명요청을 거부했던 팔메총리는 86년 거리에서 괴한에 의해 살해됐다.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오잘란의 지시를 받은 PKK의 소행으로 추정돼왔다. 오잘란의 ‘변절발언’에도 불구하고 PKK는 그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고 있다. BBC에 따르면 PKK 관계자들은 “오잘란이 두려워서, 또는 적에게 세뇌돼 그런 발언을 하는 것이 아니다”며 “그는 이번 재판을 쿠르드인의 독립을 평화적으로 쟁취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강수진기자〉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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