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 경제인들 줄서기 분주…지지정당『제각각』

  • 입력 1999년 5월 23일 19시 59분


골카르당의 장기집권을 끝내게 될지도 모를 6월7일 총선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경제인들의 지지 정당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골카르당의 사실상 일당통치가 계속된 시절에는 없었던 일이다.

크게 보아 화교 세력, 말레이계 토착 상공인(프리부미), 미국 유럽 등에서 진출한 다국적 기업인들로 나뉘는 인도네시아 경제인들이 어떤 정당을 지원하는지를 일간지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이 최근 특집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BJ 하비비 대통령과 골카르당의 주요 지지세력은 화교계 대자본가들. 수하르토는 32년간의 집권기간 내내 말레이계 기업 우대정책(부미푸트라)을 쓰면서도 대규모 화교 자본을 경제성장에 끌어들였다. 화교 기업인들은 골카르당의 정치자금을 대왔으며 유리한 계약을 따내곤 했다. 화교 대자본가들은 골카르당이 재집권하면 예전의 수혜를 계속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리포그룹 총수 제임스 리아디 등 화교 대자본가들은 하비비와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골카르당을 지지하는 또 다른 세력은 말레이계 대기업인 모임인 ‘카딘’. 골카르당 재무위원인 파델 무함마드 카딘 부회장은 “하비비가 인도네시아 경제위기를 진정시켰으며 그는 중하층을 일으켜 세우기 위한 중소기업 지원책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하르토 시절 성세를 누리다가 최근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거대 재벌 바크리에그룹 총수 아부리잘 바크리에 등도 골카르당을 공개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 프리부미들은 토착기업 지원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고 있는 이슬람계 개혁정당들을 지지한다. 도시 중소상공인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는 아미엔 라이스의 국민수권당이 대표적이다. 국민수권당 재무위원장이자 목재가공업자인 소에노토는 “지방의 토착 기업인들은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들을 개발해 수출하고 있다”며 “이같은 프리부미를 지원해 국민경제를 이룩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하르토 체제 아래서 수혜를 받지 못했던 화교 중소기업인들은 개혁정당들, 특히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의 민주투쟁당을 지지한다. 이들은 과거 정권 아래서는 지방에 뿌리 내리려는 중국인 공동체가 현지인들의 공격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한다.

구미(歐美)에서 진출한 다국적 기업인들은 좀처럼 지지 후보를 밝히지 않는다. 이들은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있다. 일부는 골카르당 지지 의사를 가지고 있으며 일부는 미국 유학파인 라이스가 구미출신의 현지 기업인들을 적극 접촉하는 점에 호감을 갖고 있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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