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신임 美재무장관은 누구?

  • 입력 1999년 5월 13일 20시 12분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이 7월 사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2일 오전 200포인트 떨어졌던 뉴욕증시의 다우존스 지수는 이내 반등해 전날보다 25.78 포인트 하락하는 선에서 멈췄다.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부장관(44)이 장관직을 이어받는다는 속보에 증권시장이 진정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은 물론 서머스 부장관 자신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루빈의 경제정책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시장의 불안을 잠재웠다.

미 재무장관에는 전통적으로 골드만삭스사에서 26년 경력을 쌓은 루빈처럼 실물경제통들이 기용돼 왔다. 서머스는 예외적인 경우. 그는 28세때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 정교수(경제학)가 됐을 정도로 학자로서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부모가 명문대 경제학 교수 출신이고 폴 새뮤얼슨 등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2명을 삼촌으로 두었다. 그러나 시장 경험이 없다는 약점이 있다.

그런데도 자본시장은 물론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미 의회마저 서머스가 무난히 인준을 받을 것이라는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유는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세계경제위기를 극복한 루빈의 경제정책이 대부분 서머스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라고 워싱턴포스트지는 13일 분석했다.

재무장관의 교체에 따른 불안이 적게 나타난 또다른 이유는 다소 역설적이다. 루빈장관의 사임은 그만큼 세계 경제가 안정됐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루빈은 2년전부터 사임을 생각했지만 ‘세계 경제위기가 진정될 때까지’ 실행을 미뤄왔다.

서머스 부장관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루빈으로부터는 조심성을,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부터는 애매모호함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동안 신중하지 않은 직설적 발언으로 의회의 반감을 사거나 시장에 충격을 줬다는 비난을 의식한 발언이다. 일본이나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은 그가 너무 강압적이라는 불만도 토로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서머스를 “현 행정부 경제팀의 탁월하고 유능하며 중요한 일원”이라고 소개하면서 지난 6년간 재무부에서 국제문제담당 차관과 부장관을 지냈으며 루빈장관의 파트너로서 국내외 경제문제에 관한 많은 경험을 쌓아온 ‘잘 준비된 재무장관’이라고 추켜세웠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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