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개막]24일까지 120편 상영

  • 입력 1999년 5월 13일 20시 12분


크로와제트 거리의 건물마다 온갖 영화의 대형 입간판과 포스터들로 도배가 되다시피 했다.

해변에는 영화 제작자의 눈에 띠어보려는 희한한 옷차림의 여성들이 선정적인 포즈를 취하며 사진기자들을 불러모으기에 바쁘다.

개막식이 열리는 뤼미에르 대극장앞은 스타를 보려는 구경꾼들로 낮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제52회 칸 국제영화제는 이렇게 12일간의 축제의 막이 올랐다. 마치 올 황금종려상의 영예에는 아랑곳 없다는듯 모두가 마냥 즐겁다.

프랑스 남부도시 칸. 인구 7만명의 이 소도시는 영화제 기간동안 15만명으로 인구가 늘어난다. 영화제 주상영관들과 호텔들이 빼곡히 들어선 칸의 중심도로 크로와제트 거리는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올림픽 다음으로 큰 행사라는 평판답게 영화제 집행위에 공식 등록된 참가자만 2만여명에 달한다. 세계각국에서 몰려든 기자만도 3천5백여명이나 된다.

13일 오후6시(한국 시간) 개막식에 맞춰 제레미 아이언스, 홀리 헌터, 공리, 베아트리체 달, 줄리아 오몬드, 페이 더나웨이, 제프 골드블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등 화려한 옷차림의 스타와 감독들이 리무진을 타고 극장앞에 속속 도착하자 구경꾼들은 열띤 환호로 이들을 맞았다.

영국 여배우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사회로 열린 개막식에는 심사위원장인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을 비롯, 제레미 아이언스, 홀리 헌터, 공리, 제프 골드블룸, 줄리아 오몬드 등 유명 배우들이 참석했다. 미국 여배우 페이 더나웨이와 개막작 ‘시베리아의 이발사’의 감독 니키타 미할코프의 개막선언 후 곧바로 개막작이 상영됐다.

러시아 영화인 ‘시베리아의 이발사’는 1800년대말을 배경으로 미국 여인과 러시아 장교의 비극적인 사랑을 그린 대작. 오늘날의 ‘피폐한 러시아’보다 과거의 ‘위대한 러시아’에 초점을 맞춰 올해 자국에서 ‘타이타닉’의 흥행기록을 깼다.

니키타 미할코프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번 본 사람들이 60달러씩 주고 암표를 사서 다시 보러 올 정도였다”며 “러시아인들에겐 산소같은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번 영화제의 경쟁부문(장편, 단편, 신인)과 비경쟁부문(△주목할만한 시선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특별상영 △회고전)에서 상영될 영화는 모두 1백20여편. 장편경쟁부문에서는 22편이 칸 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향해 경합을 벌인다. 이미 황금종려상을 한 번씩 탔던 데이비드 린치, 첸 카이거 감독을 비롯 레오 카락스, 짐 자무시, 팀 로빈스, 아톰 에고이얀, 기타노 다케시 등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쟁쟁한 감독들의 영화가 줄을 서 있다.

한국영화는 단편만 4편이 경쟁부문에 참여한다. 이중 3편은 단편에서, 한편은 시네파운데이션(신인감독분야)에서 겨룬다.

〈칸〓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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