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新군사질서 下]日 가이드라인 긴급점검

  • 입력 1999년 4월 29일 19시 28분


새로운 미일방위협력지침(신 가이드라인) 관련법안이 일본 중의원을 통과한 데 대한 관련국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한국은 논평유보, 미국은 환영, 중국은 반발, 대만은 환영했다.★한국★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우려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그것은 △미국 주도의 안보대응 체제 안에서 일본의 기여도를 제한적으로 높이는 것이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지력을 향상시킬 수도 있으며 △일본의 입법진행과정과 내용을 그때그때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부는 일본측에 대해 △동북아안보구도를 깨뜨리지 말 것△입법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할 것△자위대가 한미 공동작전구역에진입할 때는 한국과 사전합의할 것 등을 요구했고 이에 대한일본측의 설명을 들었다.

한일 양국은 상반기중 국방당국간 핫라인을 개설하고 8월에는 제주도 동쪽 해역에서 사상 처음으로 해상 공동구조훈련을 한다.

정부는 한일군사교류 확대가 한반도 전쟁억제에 기여하기를 바라면서도 북한과 중국의 반발로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에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관련법안이 통과되기 전부터 환영했다. 26일 제임스 루빈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과 일본이 유사시에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될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뉴욕타임스지는 28일 “관련법안의 통과에도 불구하고 일본자위대가 미군의 전투에 참여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일본이 위기시에 얼마나 신속하고 충분히 대응할지도 여전히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 브루킹스 연구소 마이클 아마코스트 소장은 27일 “가이드라인의 대만에 대한 적용여부를 분명히 할 필요가 없다는 미국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일본이 대만을 제외시킨다고 중국측을 안심시키려 해 미국의 불만을 샀다”고 전했다. 일본의 군사역할에 대한 미일간의 이견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증대되는 것은 미국 국익에 상충되지 않는다고 미국은 보고 있다.

★중국·대만★

중국 외교부 쑨위시(孫玉璽)대변인은 27일 “시대의 조류에도 맞지 않고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특히 “일본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대만을 주변사태 범위에 포함시키는 데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국무원 기관지인 광명일보는 28일 ‘아태지역의 평화를 위협하는 엄중한 사태’라는 논평에서 “일본은 아태지역에서 완전히 미국의 전쟁도구로 탈바꿈했다”며 “일본은 앞으로 아시아 각국 인민의 신뢰를 잃어 결국 고립무원의 사면초가에 빠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대만은 27일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이웃에 있는 비민주적 국가의 잠재적인 군사위협에 대응해 미일 양국이 민주와 자유를 지키기 위한 방편이며 대만과 아시아지역의 안전과 평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송상근기자·워싱턴·베이징〓홍은택·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아에라誌『日 사회분위기 히틀러 등장前 獨과 닮아』★

“일본의 사회적 분위기는 히틀러 등장 직전의 독일 바이마르공화국과 닮아 있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는 1월의 특집기사에서 이같이 분석하고 “다른 나라라면 쿠데타가 발생해도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요즘 일본사회에는 불안과 불만이 팽배해 있다. 장기불황과 실업증가, 잇따른 신종 흉악사건, 북한 미사일발사와 공작선 침투가 주된 요인이다. 특히 세계 제1로 치닫던 경제가 몇년째 출구 없는 침체에 빠진 것이 최대요인이다.

이런 불안과 불만은 ‘강력한 일본’에 대한 갈망으로 이어진다. 문부성이 27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사회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71%로 5년 전보다 23%포인트나 올랐다. 대표적 보수논객인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郎)가 정당추천 후보들을 제치고 도쿄(東京)도지사로 당선된 것도 이런 분위기에 힘입은 바 크다. 정계 학계 언론계 등에서 ‘매파’의 목소리가 커진 반면 그나마 우경화를 견제해온 ‘비둘기파’의 설 땅은 줄어들고 있다.

신(新)국가주의로도 불리는 요즘의 보수화를 전전(戰前)의 군국주의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안과 불만의 집단정서가 어디로 분출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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