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난민 「인간방패」우려…코소보국경서 탈출막혀

  • 입력 1999년 4월 9일 19시 54분


코소보를 벗어나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로 탈출하려다 유고의 국경 폐쇄 조치로 되돌아간 알바니아계 주민들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유고측이 대대적인 추가공습과 지상군 파견에 대비해 그들을 ‘인간방패’로 삼으려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NATO는 계속되는 공습에 따른 민간인 피해 증가와 관련해 유고측이 교량과 전략적인 가치가 있는 건물에 이미 ‘인간방패’를 배치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존 데이 영국 국방참모본부 부참모장은 8일 “교량과 건물 등 ‘인간방패’가 있는 곳에 대한 공격을 피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항상 그런 곳을 피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독일 일간지 디벨트는 NATO의 1급 기밀보고서를 인용해 “유고연방 세르비아군이 4일 코소보주 알바니아계 주민 5백명을 ‘인간방패’로 활용했다”고 9일 보도했다.

세르비아계 TV는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의 귀환이 ‘자발적’이라고 주장하면서 도로에 길게 늘어선 귀환차량행렬을 방송하고 있다.

하지만 오가타 사다코(緖方貞子)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은 알바니아의 한 난민캠프를 방문한 자리에서 “국경에서 강제귀환되는 도중 상당수의 난민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이들의 행방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유고측은 이번 코소보 사태로 제2차세계대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난민이 발생한 책임을 NATO군에게 떠넘기면서 공습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잔류난민들은 세르비아의 살육 대상과 인간방패 제물 사이에서 하늘만 원망하고 있는 것 같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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