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경씨가족 앞날]가족협의후 행로 결정할듯

  • 입력 1999년 3월 24일 07시 43분


북한측이 23일 태국주재 대사관 건물에 억류중이던 전 과학기술참사관 홍순경씨의 아들 원명씨를 석방함으로써 홍씨 탈출사건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날 오후 원명씨가 북한대사관 건물을 나올 때만 해도 홍씨 가족의 망명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원명씨가 태국 외무부 도착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모님을 설득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폭탄선언’을 함에 따라 이번 사건의 전도(前途)는 한층 복잡해졌다.

원명씨가 왜 북한행을 선언했는지 아직은 분명치 않다. 2주일 동안 북한대사관에 억류돼 있으면서 북측으로부터 집중적인 ‘협박’과 ‘세뇌’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원명씨의 북한행 의사를 확인한 북한측이 기자회견을 조건으로 태국정부측에 원명씨의 신병을 인도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북한행’이 곧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홍씨 부부가 원명씨를 설득할 경우 원명씨가 고집을 꺾을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UNHCR)이 원명씨를 포함한 홍씨 가족 전체를 난민으로 판정한 상태이고 이 때문에 홍씨 가족 전체의 의사가 존중될 가능성이 높다. 홍씨를 만난 원명씨가 마음을 돌린다면 홍씨 가족의 망명은 실현단계로 접어든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홍씨의 행선지를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홍씨 일가의 앞날은 홍씨 부부와 아들 원명씨의 ‘담판결과’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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