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체코공연…현지언론 『신비의 소리』극찬

  • 입력 1999년 3월 10일 19시 24분


휘어졌다가는 팽팽하게 당겨지고, 끊어질 듯 흐느끼다가도 다시 힘차게 일어서는 청아한 목청…. 대숲을 흔드는 꽃샘바람 소리가 이럴까.

이준아, 김병오 두 남녀 가객(歌客)이 태평성대를 기원하며 부르는 가곡 ‘태평가’의 음률이 체코 프라하 대통령궁 스페인홀을 가득 메운 7백여 관객을 조선시대 선비들의 풍류세계로 이끌었다.

8일 오후7시반(현지시각)‘프라하의 봄’축제 전야제로 마련된 ‘명상과 상상’공연단의 유럽 순회 첫무대. 국립국악원 정악단원들로 구성된 이들의 공연에 이반 데이비드 보건부장관, 밀로스 쿠츠베르츠 환경부장관, 조세프 질레니크 전 외무장관 등 체코 정관계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막이 내려진 뒤에도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한국의 전통기악과 무용’에서 관객들은 한국적 정서에 서역의 신비로움을 가미해 신라불교의 세계를 표현한 이종길의 가야금독주 ‘침향무(沈香舞)’에 숨조차 멈추는 듯 했다.

체코의 유명 피아니스트 얀 시몬은 “절제된 가운데 정신적 세계를 추구하는 신비로움과 리드미컬하면서도 세상의 모든 소리가 녹아있는 듯한 역동성을 느꼈다”며 “서양음악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독특한 세계”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이날 공연을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오스트리아―합스부르크제국의 궁정문화와 한국 귀족문화의 만남”이라고 평했다.

〈프라하〓〉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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