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美핵탄두기술 빼냈다』…NYT-ABC방송 폭로

  • 입력 1999년 3월 7일 20시 30분


중국이 미국 정부산하 연구소에서 핵탄두 소형화 기술을 훔쳐 지하핵실험을 실시하는 등 핵관련 기술을 발전시켰다고 미 뉴욕타임스지와 ABC방송이 6일(이하 현지시간) 폭로했다.

뉴욕타임스 등은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핵무기 설계능력에서 미국에 한 세대 또는 15년 정도 뒤졌던 중국이 기술을 훔쳐 미국에 버금가는 첨단 핵무기 제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그러나 핵무기 설계기술의 도난 사실을 알고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충분히 대응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샌디 버거 백악관 안보담당 보좌관은 이날 “도난당한 기술은 최첨단 소형 핵탄두인 W88 설계기술”이라며 “미국 에너지부 산하인 뉴멕시코주 소재 ‘로스 앨라모스 국립연구소’ 등에서 80년대 중반에 기술을 훔쳐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들이 보안에 허술한 것으로 드러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책을 마련중”이라고 덧붙였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지난해 2월 기술 누출사건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ABC방송은 의회 비밀보고서를 인용, 95년 중국의 지하핵실험결과를 분석하던 미국의 전문가들이 중국의 핵탄두가 미국의 W88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연방수사국(FBI)이 수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커런 에너지부 방첩담당국장은 6일 “(미국의 군용 및 민간의 핵프로그램을 책임지고 있는) 에너지부가 최첨단 연구활동으로 인해 항상 외국 정보기관의 표적이 돼왔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백악관이 97년 여름 도난사건을 보고받았으나 당시는 미국이 8년만에 처음으로 중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직전이어서 보고를 심각하게 취급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도난사건과 관련해 지금까지 기소된 사람은 없지만 세계 최초로 핵폭탄이 개발된 ‘로스 앨라모스’에서 컴퓨터 과학자로 일하던 중국계 미국인이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라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문제의 중국계 과학자는 거짓말탐지기를 두 차례나 통과하지 못해 직위해제됐다.

미 고위 정보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을 로스 앨라모스에서 핵무기 제조비밀을 빼내 구소련에 제공했던 구소련 간첩 줄리어스 로젠버그 사건에 버금가는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고 미 언론은 보도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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