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후보작]「셰익스피어 인 러브」

  • 입력 1999년 2월 25일 19시 28분


《가장 미국적인 아카데미상의 올해 최우수작품상 후보 다섯편 가운데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영화 두편이 올라 있다. 3월6일 국내 첫선을 보이는 ‘셰익스피어 인 러브’와 ‘인생은 아름다워’. 각기 중세 영국과 세계 2차대전 전후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삼은 두 영화는 따뜻한 유머와 상상력의 힘을 그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올해 아카데미 13개 부문 후보에 올라 ‘최다 지명’의 영예를 안은 작품.

이미 골든 글로브 최우수 각본상을 탄 이 영화를 보고나면 누구나 ‘과연…’하고 고개를 주억거리게 될 듯하다.

경쾌한 상상력과 유머가 듬뿍 담긴 재치있는 각본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힘.

이 영화는 단 하나의 의문에서 출발한다. 개인적인 면모가 잘 알려져 있지 않던 대문호 셰익스피어. 그는 도대체 어떤 영감을 받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탄생시켰는가.

극작가 톰 스토파드의 상상은 “셰익스피어도 한때 슬럼프에 빠진 젊은 극작가였으며 애절한 사랑을 겪은 그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썼다”는 데에 가닿는다. 그와 존 매든 감독은 셰익스피어의 격정적 사랑과 예술가로서의 재능이 피어나는 과정을 절묘하게 조화시켰다.

코믹하게 시작해 비극적으로 끝나는 셰익스피어(조셉 파인즈 분)와 바이올라(기네스 펠트로)의 사랑, 원래 셰익스피어가 쓰려 했던 코미디 ‘로미오와 해적의 딸 에델’이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교차시키며 정교하게 이야기를 직조한 솜씨가 일품.

이 영화의 상상력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대 최고의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실존인물). 아직까지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그의 사망이 무엇때문인지를 상상했다. 또 못된 꼬마로 나오는 존 웹스터(역시 실존인물). 뛰어난 극작가인 그가 비극을 탁월하게 다룬 것은 어린 시절의 불행에서 비롯됐을 거라는 추측도 녹아 있다.

연극배우가 되기 위해 남장을 한 바이올라(가상인물)와의 이별은 남장여인을 주인공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끝이 없는 상상, 이 영화가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탄다면 그 일등공신은 다름아닌 ‘위대한 상상력’이다.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