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호황 미국의「두 얼굴」…대외통상정책「횡포」

  • 입력 1999년 2월 6일 20시 08분


95개월 연속 호황을 누리고 있는 미국. 수치로 보면 미국 국내가 온통 장밋빛일 것 같지만 실제로는 호황 뒤편의 그늘도 점점 짙어지고 있다.

또 유럽국가들과는 바나나전쟁을, ‘불공정무역’ 국가에 대해서는 슈퍼 301조 발동을 예고하는 등 대외적으로는 ‘부자의 횡포’를 서슴지 않아 세계가 미국의 번영을 반길 수만도 없는 형편이다.

▽풍요 속의 고민〓45억달러를 들여 지난해 7월 진수식을 가진 미국의 새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은 필요한 해군을 구하지 못해 비상이다. 함재기가 이착륙하는데 필요한 병력이 6백명인데 4백48명만 충원한 것을 비롯, 엔진실 정보분석실 등 모든 분야에서 인원이 부족하다. 해군 전체로는 12척의 항모와 3백27척의 군함에 37만2천명의 병력이 필요한데 2만2천명을 구하지 못했다.

해군은 봉급이 적고 6개월 이상씩 바다에 나가 근무해야 하는 등 근무조건이 나쁜데다 경제호황으로 해군보다 훨씬 매력적인 일자리가 많기 때문이라고 해군당국은 분석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가 2005년까지 국방예산을 무려 1천1백20억달러를 증액하기로 한 것은 무엇보다도 군인의 봉급을 올려 필요한 인원을 충원하자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남아도는 정부돈을 어디에 쓸까 걱정하는 것도 미국이 직면한 ‘풍요 속의 고민’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경제호황으로 2년째 계속되고 있는 흑자예산의 사용처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사회보장 의료지원확대 등 중하류층에 보다 많은 혜택을 주자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세금삭감을 통해 전국민에게 혜택을 주자고 맞선다.

▽강경해지는 대외 통상정책〓미국은 유럽연합(EU)이 아프리카와 카리브해국가들로부터 수입하는 바나나에 대해 미 기업들이 남미에서 생산한 바나나보다 훨씬 유리한 관세를 부여하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바나나전쟁’을 선포했다.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통해 원만히 해결되지 않을 경우 빠르면 3월 유럽산 의류 치즈 목욕용품 핸드백 양초 등 20여 품목에 대해 100%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지난달 26일에는 불공정무역국가에 대해 슈퍼 301조를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에 대해 쇠고기수입시장 개방압력을 높이고 있으며 브라질 러시아 일본 등으로부터의 철강수입으로 타격을 받은 미 철강업계는 수입규제를 위한 쿼터설정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무역적자가 지난해 1천6백90억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3천억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되자 통상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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