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인터넷 反낙태 웹사이트」1,200억원 배상판결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55분


인터넷에 낙태 시술 의사들의 명단과 신상명세를 공개하는 등의 방법으로 ‘반낙태 운동’을 벌여온 미국의 인터넷 반낙태 웹사이트 개설자 등에게 1억7백만달러(약 1천2백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날 판결은 낙태시술의 찬반을 떠나 인터넷을 통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를 밝힌 것으로 이른바 ‘사이버 협박’에 대해 책임을 물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2일 낙태시술 의사와 낙태옹호단체 등이 반낙태 웹사이트 ‘뉘른베르크 파일’의 개설자 14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웹사이트 자체는 어떤 물리적 위협이나 테러를 선동하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낙태시술 의사들에게 충분히 위협이 됐다”며 피고측은 원고인 낙태지지단체 ‘가족계획’에 40만달러, 의사들에게 각각 수천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뉘른베르크 파일은 낙태시술 의사들을 ‘아기 도살자’로 표현하면서 수백명의 주소와 자동차번호판, 자녀들의 이름 등 신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명단에 올라있는 의사들중 3명이 지난해 10월 이후 피살됐으며 그들이 근무하는 병원까지 공격을 받는 등 테러의 표적이 돼 왔다.

소송을 낸 의사들은 생명의 위협을 느껴 변장을 하거나 방탄복을 입고 다니고 있다고 재판에서 증언했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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