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세계경제 전망과 과제]美불황여부 ‘태풍의 눈’

  • 입력 1998년 12월 31일 18시 06분


《98년 서방선진 7개국(G7)은 세계 동시불황을 막기 위해 이례적으로 금리인하 등 정책공조를 취했다. 그러나 99년 세계경제의 불안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뉴욕과 런던 등 금융중심지에서는 선진국 경제의 침체가능성, 이머징마켓의 또 다른 붕괴 등 흉흉한 시나리오들이 나돌고 있다. 동남아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경제상황이 우리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던 98년중 ‘가장 아찔했던 고비’로 뉴욕외채협상과 함께 러시아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사태를 꼽았을 정도.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이들 선진국과 신흥시장의 새해 경제기류를 짚어본다.》

[미국]

▽미국경제의 침체여부〓새해 세계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다. 미국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고 주가가 떨어지면서 경제가 침체되면 세계경제는 동시불황에 접어들 수 밖에 없다. 미국의 경제예측기관인 WEFA는 미국이 경기침체 국면에 빠질 확률을 35%로 추정했다. JP모건은 98년 아시아와 러시아의 경제위기가 남미시장으로 파급되고 있으며 미국은 이 영향으로 99년 상반기중 침체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주가와 경상수지적자 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주가가 급락하고 적자가 급격하게 늘면 위험신호다.

[중국·일본]

▽엔화와 위안화의 움직임〓새해 한국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 엔이나 위안 모두 평가절하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올해 엔화가 지난해보다 다소 절하된 달러당 1백20∼1백30엔에 머물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JP모건은 99년말 1백55엔대를 점쳤다. 유러화출범과 선진권의 정책협조로 엔화의 급격한 약세는 피해갈 가능성이 높지만 어쨌든 엔화는 상당폭 절하될 전망이다.

일본 경제를 들여다 보는 포인트는 부실채권 해소와 경기진작대책의 성패여부. 일본정부가 60조엔을 투입, 대형은행의 파산우려는 제거됐으나 신용경색으로 인한 중소기업의 도산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23조9천억엔을 투입한 경기진작대책도 신규고용을 확대하고 신용경색을 해소해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

지난해 경기침체와 대홍수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하지 않고 꿋꿋이 버텨냈다. 그러나 새해에도 가능할까. WEFA는 99년 위안―달러 환율을 올해보다 7%가량 절하된 달러당 8.89위안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유럽]

▽유러화 출범〓유럽단일통화 출범으로 유럽연합(EU)의 대외수입이 늘어 세계교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화의 헤게모니를 둘러싼 갈등이 미국과 유럽사이의 통화전쟁으로 비화되면 양측은 보호주의를 강화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적지 않다. 특히 유럽의 정치지도자들이 유러화를 지출, 고질적인 실업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유러화는 평가절하되고 이 경우 무역수지적자가 커질 미국이 좌시할 리가 없다는 것.

그 결과 세계무역시장에는 또다시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국가간 지역간 한 바탕 무역전쟁이 불가피해진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1유러가 1.15달러와 교환되다가 완만한 강세를 지속, 올해말경에는 1유러에 1.20달러 이상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러화는 국제무역결제 투자자산 공적준비자산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미국달러화의 입지를 파고들어 달러를 견제하는 제2의 기축통화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뉴라운드]

▽뉴라운드〓EU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경제블록들은 21세기 세계경제 패권장악을 위해 경제통합의 강도를 높여나갈 전망이다. 이와 관련, 99년 5월 다자간투자협정(MAI)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각료회의에서 통과되면 이들의 각축전은 수면위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11월말 제3차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에서는 WTO보다 더욱 강화된 ‘뉴라운드’를 만들자는 논의가 시작된다. 농산물 및 서비스분야 재협상, 공산품 관세 추가인하, 독과점정책 등이 새로운 이슈로 제기될 전망이다.

[Y2K]

▽Y2K와 전자상거래〓미국의 소프트웨어 생산성연구소(SPR)가 한국이 컴퓨터상 2000년 표기문제(Y2K)를 해결하는데는 67억3천만달러(약 8조원)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한은 1년. 그동안 그만한 재원과 인력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만 Y2K문제를 해결한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데 심각성이 있다. 주요 교역국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경우 2000년에 과거 1차 오일쇼크에 맞먹는 심각한 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세계적인 예측기관에 따르면 2000년 전자상거래의 시장규모는 최소 1천1백70억달러에서 최대 1조5천2백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 대한 관세부과 및 개인정보 보호 인증 등의 문제는 21세기 세계 무역질서를 규율할 새로운 무역라운드로 부각되고 있다.

〈이용재기자〉yj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