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통화기금」 설립구상 각국 입장]

  • 입력 1998년 11월 29일 20시 07분


‘아시아통화기금(AMF)설립구상’은 ‘엔화국제화’와 함께 일본정부가 추진중인 국제사회에서의 경제위상 강화노력의 두축이다.

AMF 창설문제는 작년 9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총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일본정부는 “외환위기 발생시 IMF에 의한 긴급금융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아시아 국가간 상호부조를 위해 AMF를 새로 만들어 IMF를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지원대상은 동남아 각국, 규모는 1천억달러 정도가 일본의 구상이었다.

그러나 일본의 구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이 차가워 일본은 구상을 철회하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저하를 우려한 미국과 AMF구상을 ‘대동아공영권의 경제적 부활’로 간주한 중국의 거부반응이 컸다. 또 미국이 주도하는 IMF 역시 즉각 거부의사를 보였으며 한국과 동남아 각국도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경제위기가 아시아에서 러시아 중남미로 확산되면서 상황은 점차 바뀌어갔다.

우선 동남아에서 AMF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의사가 나왔다. 아시아 경제위기 때 IMF의 한계와 문제점을 절감한 동남아 각국은 올들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AMF 창설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미국 역시 ‘안방’인 중남미에까지 경제위기의 불똥이 튀자 썩 내키지는 않지만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 경제질서 정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과거사 문제’로 어정쩡한 태도를 취해온 한국도 경제적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점차 긍정적인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東京)에서 열린 한일(韓日)재계회담에서 양측은 한국측 제안으로 “장기적으로 AMF설립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김종필(金鍾泌)총리의 이번 AMF 창설 제안은 한국정부도 AMF구상에 찬성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중국의 입장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의 방일을 통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불만이 커진 중국이 쉽게 일본의 손을 들어줄 것 같지 않다.

AMF가 설립될 경우 자금규모를 놓고도 이견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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