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러 우호관계 과시 「病室 정상회담」

  • 입력 1998년 11월 23일 19시 14분


22일부터 러시아를 방문중인 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은 정상회담직전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입원하는 바람에 ‘문병 방문’형국이 됐다.

정상회담을 불과 수시간 앞두고 폐렴증세로 중앙병원에 입원한 옐친대통령은 병원으로 문병온 장주석과 ‘병실정상회담’을 가져야 했다.

92년부터 여섯번째 만난 두 정상은 ‘공식 의제가 없는 만남’이긴 하지만 양국간 협력과 국제무대에서의 공조방안 등을 논의해 양국의 긴밀한 관계를 과시했다.

우선 두 정상은 17세기 이래 양국 분쟁의 주요인이었던 국경문제를 완전히 매듭짓고 교역 등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데 합의했다.

국경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난해 4천2백80㎞의 국경선을 획정했던 양국은 카자흐와 몽골지역의 1백80㎞의 국경선도 현지측량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함으로써 정치 군사적 긴장요인을 완전히 제거하기로 했다.

두 정상은 또 양국관계가 정치문제로 인해 경제협력이 뒷전에 처져 있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경제협력 증진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합의했다.

특히 옐친대통령은 경제위기에 허덕이는 러시아 상황을 감안해 양국간 교역확대를 위한 중국측 도움을 요구했다.

양국은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2000년까지 교역규모를 2백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아시아 경제위기와 러시아의 경제난으로 교역이 오히려 위축되는 추세였다.

양국 교역은 93년 76억달러 수준이었으나 올들어 10월말까지 44억7천만달러로 작년대비 6.8% 줄었으며 연말까지 50억∼56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러시아는 이에 따라 올 4월 이고리 로디오노프 국방장관 방중시 논의됐던 중국 해공군 전력증강 계획과 관련해 수호이 및 S7 최신예 전투기 구축함 방공시스템 잠수함 등의 구매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시베리아와 중국을 연결하는 천연가스관 설치 및 중국내 3, 4개 원전건설 계획에 러시아의 참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은 우주항공과 기계 방산협력 등 러시아의 첨단기술 이전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국제문제와 관련해 지난해 정상회담에서 합의했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심화 발전’을 재확인함으로써 냉전종식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에 공동대응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두 정상은 최근 미국 일본의 전략미사일방어(TMD)구상이 지역긴장을 고조시킬 우려가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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