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간선거결과]클린턴 「탄핵벼랑」서 기사회생

  • 입력 1998년 11월 4일 19시 00분


3일 실시된 미국의 중간선거는 공화당의 패배로 끝났다.

공화당은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의 표현대로 공화당으로서는 70년만에 처음으로 94년 96년에 이어 이번 선거에 이르기까지 3기 연속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통상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정당이 중간선거를 ‘싹쓸이’하던 과거 선거경향이나 민주당의 수장 클린턴대통령이 섹스스캔들로 도덕성이 실추된 유리한 여건에서 선거가 치러진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선거결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공화당은 선거전 상원에서 5석, 하원에서 10석이상을 각각 추가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의석수를 추가하기는커녕 하원의원 선거에서 대통령을 배출하지 못한 정당의 의석수가 중간선거에서 줄어든 것 역시 6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선거는 일단 투표율이 승패를 갈랐다.

38%의 투표율은 94년의 38.8%에 비해 다소 떨어진 것. 그러나 당초 35%를 밑돌 것으로 예상됐던 것보다 높은 수치다. 그만큼 이번 선거가 예상외로 미국 국민의 관심을 끌었고 특히 클린턴대통령을 보호하려는 흑인과 히스패닉 등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들의 위기의식이 크게 작용한 선거였다.

공화당의 호재였던 클린턴대통령의 섹스스캔들이 오히려 민주당 지지자들을 투표장으로 불러내는 역효과를 빚었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클린턴 대통령과 민주당이 막판에 흑인과 히스패닉계 유권자의 기권방지 캠페인을 벌인 것이 주효했다.

94년 중간선거에서 ‘미국과의 계약’을 내세우며 다수당을 차지했던 공화당은 이번 선거에서 섹스스캔들 공략에 치중하다 오히려 이슈가 없는 정당으로 전락, 정체성의 위기에 빠짐으로써 자신의 지지자에 대한 흡인력을 상실하는 결과를 빚었다.

이번 선거결과로 공화당은 클린턴대통령에 대한 탄핵추진에 제동이 걸렸으며 레임덕 현상을 보이고 있는 클린턴대통령은 상대적 안정기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정국불안에 영향을 받던 월가의 증권가는 물론 미 재계는 선거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있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신규출연금과 유엔분담금 지출에 반대해 고립주의 성향을 보이던 공화당의 발언권이 약화됨으로써 국제적으로도 미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대(對)한반도정책의 경우 대북 강경노선을 주도하던 공화당 의원들이 대부분 재선출되기는 했지만 클린턴 행정부의 입지가 강화됨으로써 기존의 대북 협상노선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화당내에서는 깅리치 의장을 비롯해 지도부의 인책사임론이 대두될 것으로 보여 클린턴 대통령에 대한 탄핵공세에 앞서 당내 정리부터 먼저 해야 할 입장이다.

공화당의 댄 퀘일 전부통령은 선거후 TV방송에 출연, “공화당이 섹스스캔들에 팔려 공화당의 전통적인 이슈들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지도부를 공개성토해 당내 분란을 예고했다.

깅리치의장의 최대원군인 기독연합(Christian Coalition)이 주도하던 보수강경노선이 쇠퇴하고 텍사스의 조지 부시2세, 조지 파타키 주지사 등의 온건실용주의 노선이 득세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당내 노선 설정은 2000년 대통령후보 선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쉽게 갈등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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