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1월 단일통화 출범]국내기업,「유러貨」대응 늑장

  • 입력 1998년 10월 11일 20시 22분


유럽연합(EU)내 11개국이 참여하는 ‘유러(EURO)’ 단일통화체제 출범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벤츠 필립스 등 유럽계 다국적기업은 물론 GE GM IBM 도요타 등 미일기업들도 유럽진출 전략을 수정, 조직체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고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생존마저 위태로운 국내 기업 및 금융권의 대응은 아직도 ‘검토’수준에 불과하다. 달러화에 맞설 유러화 출범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할 경우 유럽내 사업기반 위축은 물론 국제금융시장에서 ‘외톨이’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내년부터 유러사용〓1월1일부터 2001년까지 문서상의 통화로 유러가 등장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11개국 통화 환율은 영구히 고정.

현금을 사용하지 않는 금융기관간 결제, 국공채발행 등 정부기관 거래에 사용되며 기업이나 개인은 자율적으로 신용카드 전자거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상품의 국별 가격비교가 용이해지며 무역도 대폭 활성화된다. 환위험이 사라져 이 지역 기업 및 금융기관들은 빠른 속도로 유러화 결제비중을 늘릴 전망.

▼부산한 외국기업들〓이미 독일의 바스프 바이엘 BMW 지멘스 등은 거래처에 ‘내년부터 유러화 결제도 가능하다’고 통보한 상태. 금융기관들은 회계 세금신고용 전산시스템을 유러화에 맞춰 교체하고 있으며 미국계 금융기관들은 유럽내 영업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외환기능은 유러화 1차 출범에 참가하지 않은 런던시장으로 옮기고 있다. 올 4월 미 GE캐피털은 유러표시로 채권발행을 성공시켰다.

국경의 의미가 퇴색하자 IBM 유럽현지법인은 국별조직을 품목별 조직으로 개편했다. 도요타 미셸린 월마트 등은 각각 생산 물류 유통거점을 통폐합하거나 인수하는 등 유럽사업을 개편하는 중.

▼국내기업들 대응 지지부진〓유럽내 사업기반이 상대적으로 탄탄한 5대그룹마저 유러화 출범엔 늦장 대응이다. 외환위기에 이은 기업구조조정의 틈바구니에서 ‘나라밖’ 흐름에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있는 것.

주요그룹들과 금융기관들은 산하 경제연구소와 구조조정본부 등을 통해 유러화 출범의 파장을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통합이란 ‘기회’를 살린다는 측면보다 대책을 세우는 수세적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금융권의 전산시스템 전환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 진단.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당장 유럽내 판매가격을 통일시켜야 하지만 각국 판매망이 독립딜러체제여서 조정이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도이체방크의 송종한(宋種韓)한국지점장은 “준비만 잘하면 유러화 출범은 커다란 기회가 될 것”이라며 “유러화출범 대책을 더이상 미룰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박래정·금동근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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