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發 경제위기]주가-통화폭락 물가급등 확산

입력 1998-09-17 19:20수정 2009-09-25 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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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발(發) 세계공황’의 우려가 점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미국경제의 우산 아래서 아시아 외환위기의 폭우를 피해가는 듯했던 중남미가 최근 들어 갑자기 비틀거리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가 주가와 통화가치의 폭락, 가파른 물가인상과 재정악화 등 총체적 경제혼란을 겪고 있다.

중남미경제는 ‘미국경제의 뒷마당’이어서 이곳의 경제위기는 미국에 직격탄이 된다. 아시아와 러시아의 쌍둥이 위기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해주고 있는 미국에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곳인 셈이다.

미국 금융기관들이 중남미 지역에 갖고 있는 채권만도 7백64억달러에 이른다.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15일 “세계경제회의를 열자”고 제안한 것도 사실상 중남미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세계공황의 방아쇠?〓미국의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15일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들이 현재 직면한 외환위기의 악화로 수년동안 채무조정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디스는 “역내 국가들의 채무가 총 6천7백80억달러에 이른다”고 공개한 뒤 “95년 멕시코가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신속한 지원으로 외환위기에서 탈출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덧붙였다.

최근의 세계경제환경은 악재가 꼬리를 물고 있는 것 같은 양상이다. 러시아의 사실상의 디폴트(대외채무 불이행)선언, 말레이시아의 개혁후퇴, 미국과 유럽의 어두운 경기전망, 클린턴 섹스스캔들 등이 겹쳤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IMF가 이미 남미와 지원협정을 맺고 있는 만큼 위기를 맞는 국가에 즉각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그러나 IMF 금고도 비어있어 중남미를 살릴 ‘해결사’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브라질과 베네수엘라〓중남미발 세계위기가 시작된다면 진원은 브라질과 베네수엘라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회사들은 요즘 두 나라의 외화표시채권 신용등급을 경쟁적으로 낮추고 있다.

세계 8위의 경제규모인 브라질은 중남미 국내총생산(GDP)의 45%를 차지하고 있지만 GDP의 7% 규모인 대형 재정적자를 안은 취약한 상태.

브라질 주가는 IMF지원에 대한 기대로 15일 한때 반등했지만 10일 하루에만 무려 15.8%가 떨어지는 등 ‘공황 상태’를 보였다. 이날 하루 20억달러의 외환이 브라질을 빠져나갔다.

로버트 루빈 미국 재무장관은 “브라질의 재정안정과 번영이 세계경제와 미국에 대단히 중요하다”고 수차례 강조했지만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브라질이 1개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외화소득의 80%, 재정의 60%를 석유에 의존하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국제유가 폭락이 최악의 경제상황을 가져왔다. 정치불안에 따라 달러도 틈만 생기면 빠져나가고 있다.

〈허승호기자〉tige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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