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외채무 지불유예]외채갚으려 무모한 고금리채권남발

  • 입력 1998년 8월 18일 19시 41분


대외신용도 추락과 수입생필품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 위험에도 불구하고 루블화 평가절하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이라는 ‘승부수’를 택할 수 밖에 없었던 러시아의 내부사정은 무엇이었을까.

외환사정의 악화와 전반적인 경제부진에다 △만성적인 재정적자 △의회(두마)와 정부의 갈등에 따른 개혁정책의 부진 △임금체불에 따른 파업 등 사회적 혼란 △취약한 정부의 지도력 등이 꼽힌다. 외국인투자의 위축 등 대외여건의 악화도 한몫을 했다.

▼과도한 단기채권(GKO)부채〓모라토리엄 선언의 결정적인 도화선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루블화표시 단기 부채였다.

러시아는 재정적자를 보충하기 위해 상환기간 1년 미만인 고금리 채권을 남발했다. 채권이자율은 지난해 가을 21%에서 올 6월 150%까지 치솟았다.

단기채권 부채 4백6억달러 등 러시아의 단기외채는 7백억달러를 넘어 정부세출예산의 30∼50%에 육박, 국가재정이 빚 갚기에도 허덕일 지경이었다.

▼만성적 재정적자〓러시아가 채권발행에 재정을 의존해야 했던 것은 석유 가스 등 수출원자재 가격의 하락과 만성적인 세금체납 때문.

6월의 경우 세수 목표 6백억루블(약 94억달러)에 실제 징수액은 3분의 1인 2백억루블(약 32억달러)에 그쳤다. 납세대상자의 35%만이 세금을 내는 실정이었다.

▼약한 정부〓러시아정부는 지난달 1일 세수증대 등을 위한 21개의 경제안정화 관련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나 야당인 공산당이 주도하는 의회는 처리를 미루었다.

건강이 좋지않은 보리스 옐친대통령은 올 3월 35세의 세르게이 키리옌코를 총리에 임명, 개혁을 주문했으나 별성과가 없다.

〈구자룡기자〉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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