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바이로이트 음악축제, 지구촌「바그너교도」들 순례지

입력 1998-08-12 19:18수정 2009-09-25 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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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로이트는 전세계 바그너교도(敎徒)가 일생을 두고 벼르는 순례지다. 매년 7,8월이 오면 독일 남부에 자리잡은 인구 8만의 이 아늑한 도시로 검정 턱시도차림의 음악팬들이 몰려든다. ‘푸른 언덕’으로 불리는 축제극장에서 바그너 음악극을 관람하기 위해서다.

바이로이트에서 음악을 ‘즐긴다’는 표현은 맞지 않는다. 휴식시간을 포함, 공연만 여섯시간을 넘기 일쑤. 그래도 음표 하나하나를 잡아 삼킬듯 집중해 감상한뒤 열렬한 갈채나 야유로 소감을 표현하는 것은 바그네리안(바그너 애호가)들에게는 지상 최고의 즐거움이다. 독일민족의 정신 설화 그리고 철학이 담겨있는 바그너 음악극이야말로 ‘컬트문화’의 원조인 셈.

관객이 극을 감상하는 자세 역시 종교적 제의(祭儀)에 못지 않다. 매번 막이 오르기 20분전부터 5분간격으로 발코니에 금관주자들이 등장, 주요 주제를 연주한다. 극장 앞뜰에서 이 소리를 감상하는 관객들에게는 처음 보는 사람도 친구나 마찬가지다. 어느 비평가 못지 않은 날카로운 어조로 작년의 지휘자와 출연자들을 비판해댄다.

지난달 25일 시작, 이달 28일까지 계속되는 올 바그너축제는 여느해보다 관대한 팬들이 쏟아놓는 넉넉한 갈채가 가득하다. 새로운 연출과 출연진을 선보이는 ‘신(新)프로덕션’이 없어 논란의 여지도 적기 때문. 올해는 ‘니벨룽의 반지’4부작과 ‘방황하는 홀란드인’‘뉘른베르크의 마이스터징어(匠人가수)’‘파르지팔’등 모두 일곱개 작품이 번갈아 무대에 올랐다.

3일 공연된 ‘방황하는…’은 디터 도른의 강렬하면서도 절제된 연출이 시종 눈을 붙드는 무대였다. 93년 처음 선보여 본고장팬들에게는 새로울 것도 없지만, 원색을 주조(主調)로 한 화려한 조명과 무대를 가로지르는 대담한 대각선의 구획은 객석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방황하는…’에서 문제가 된 인물은 여주인공 젠타 역의 소프라노 셰릴 스투더. 90년대 중반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는 스투더는 고음의 선명함을 많이 빼앗겼고 힘도 현저히 모자랐다.

4일에는 바렌보임 지휘로 바그너 중기의 대작 ‘뉘른베르크의…’가 공연됐다. 중간 2막이 끝난 뒤 가장 많은 박수를 끌어모은 것은 야경꾼 역으로 3년째 등장한 한국인 베이스 연광철이었다. 야경꾼은 짧게 등장하지만 흥분된 무대분위기를 일시에 정리하는 중요한 역할. 바이로이트 지방지 ‘노르트바이에른 쿠리어’는 “연광철의 인물 분석은 매우 정밀했다”고 칭찬했다.

한편 시노폴리 지휘로 5일 공연된 ‘파르지팔’에서는 올해 처음 바이로이트에 데뷔한 소프라노 린다 왓슨이 정밀한 노래와 연기로 갈채를 받았다. 왓슨은 선악을 오가는 쿤드리 역에 걸맞게 음색을 수시로 바꾸며 섬세한 음성연기를 펼쳐 21세기 바이로이트를 이끌어갈 또하나의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바이로이트(독일)〓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 축제극장 「푸른언덕」 ▼

바그너가 종합예술로서의 이상적 음악극을 구현하기 위해 1876년 독일 바이로이트에 세운 극장. 바이에른 국왕인 루트비히 2세의 원조를 받아 4년여만에 완공됐다. 매년 여름 ‘니벨룽의 반지’4부작을 비롯, 바그너의 음악극만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현 총감독은 바그너의 손자이자 연출가인 볼프강 바그너.

이 극장의 가장 큰 특징은 독특한 음향설계. 관현악 피트가 무대 아래 깊숙이 위치해 객석에서는 악단을 볼 수 없다. 무대 뒤와 천장에 반사된 관현악의 간접음만이 관객에 전달되며, 소리가 큰 악기일수록 객석에서 멀리 자리잡기 때문에 풍요하고 균형잡힌 음향이 빚어진다. 지금까지 바이로이트 축제극장에 출연한 한국인으로는 ‘신들의 황혼’중 하겐 역으로 출연한 베이스 강병운과 단역으로 모습을 보인 소프라노 권해선이 있다. 관현악단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민(서울대 교수)이 77년 이후 해마다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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