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주가 동반하락]국내 금융시장,환율 점차 불안고조

  • 입력 1998년 8월 5일 19시 51분


미국 경기의 거품붕괴, 일본 엔화가치의 폭락,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으로 국내 금융시장이 긴장하고 있다.

ING베어링증권 강헌구(姜憲求)이사는 “이같은 악재에 불안감을 느낀 미국인 투자자들이 5일 주식시장에서 한국전력 주식을 집중 매도했다”고 말했다.

홍콩상하이 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원―달러 환율이 아직 해외 요인의 영향을 덜 받고 있으나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3대 악재중 하나라도 현실로 나타날 때는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심각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경기의 거품붕괴〓최근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이 정점에 도달했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4일 뉴욕주식시장에서 다우존스산업지수가 전날보다 299.43포인트 급락, 사상 세번째 하락폭을 기록한 것도 거품경기의 붕괴 우려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최대의 시장인 미국 경기가 급속히 위축되면 한국 수출산업은 큰 타격을 입고 수출 신장을 통한 경제회생 전략이 심각한 차질을 빚게된다.

한국금융연구원 이장영(李長榮)연구위원은 “경기를 진정시키기 위해 금리를 대폭 올려 미국경제의 거품이 급격히 붕괴될 때는 엔화가 걷잡을 수 없이 폭락, 아시아 금융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연구위원은 “미국의 경기하강은 불가피해보이지만 물가상승률 안정 등으로 연착륙할 가능성이 높아 한국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거의 없을 것같다”고 전망했다.

▼엔화 약세〓일본에서 내년 감세(減稅)규모가 예상보다 큰 7조엔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경기부양을 기대하는 심리가 확산돼 급격한 엔화약세에 어느 정도 제동이 걸렸다.

그러나 일본의 내수 침체와 금융기관 부실문제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는한 엔화가치 하락 압력은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엔화 약세는 한국 주력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중국 위안화 등 아시아 통화의 연쇄적인 평가절하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한남투신증권 이계원(李啓元)투자관리부장은 “최근 중국에서 엔화 약세에 대한 불평이 적잖게 터져나온다”면서 “금융시장에서 이를 위안화 평가절하의 신호탄으로 보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양쯔강 대홍수도 위안화 평가절하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중국 농공업생산품의 40% 이상이 생산되는 양쯔강 유역의 대홍수로 중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수밖에 없으며 중국 정부는 위안화 평가절하를 통해 성장률을 높이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LG경제연구원 김석진(金昔珍)선임연구원은 “위안화를 평가절하해도 수출 신장 등의 효과가 거의 없고 정치적인 부담이 적지않아 평가절하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다만 엔화 약세가 급격히 진행되면 위안화를 계속 붙잡아두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광암기자〉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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