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韓-러회담 앞둔 정부]『양국갈등 수습』긍정적 관측

  • 입력 1998년 7월 28일 08시 01분


26일 마닐라에서 가진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과 예브게니 프리마코프 러시아외무장관의 1차회담이 사실상 ‘결렬’로 끝나자 극도의 당혹감 속에 빠졌던 우리 정부는 2차 회담이 성사되자 한숨돌린 모습이다.

사실 1차회담은 ‘외교관 맞추방사태’로 양국의 감정이 곤두서있는 상황에서 처음 가진 외무장관 회담이었기 때문에 곧바로 우호협력방안을 논의하기 어려웠던 측면도 없지 않았다.

1차회담의 충격 때문인지 회담전망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지만 “뭔가 수습의 가닥을 잡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외교관 맞추방사태’로 한―러관계 자체가 손상돼서는 어느 쪽도 이로울게 없다는 전제만큼은 확실히 공유하고 있어 회담이 더 이상 악화일로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문제는 ‘외교관 맞추방사태’의 수습기회가 될 줄 알았던 1차회담 분위기가 갑자기 경화(硬化)될 수밖에 없었던 근본원인을 우리 정부가 간과했다는 점이다.

겨우 러시아 외무부와 정보기관인 연방보안국(FSB) 해외정보국(SVR)간의 조직갈등에 휘말린 것 아니냐는 ‘단편적 추측’만 내놨을 뿐이다.

즉 SVR가 최근 공식논평을 통해 한―러간 외교분쟁이 종결됐다고 밝히긴 했지만 그것은 러시아와 한국정보기관간의 갈등이 종결됐다는 의미일뿐 정작 러시아 외무부는 외교관 맞추방사건 과정에서 심각한 위상실추를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 반작용이 이번 마닐라회담에서 드러났다는 것이다.

특히 주러 한국대사관의 조성우(趙成禹)참사관 추방 및 발렌틴 모이세예프 부국장 구속을 주도한 FSB의 니콜라이 코발료프 국장이 25일 경질되자 러시아 외무부가 ‘반격’에 나섰고 우리가 그 ‘희생양’이 됐다는 풀이다. 외교통상부 고위당국자는 “러시아 외무부는 우리 정보당국이 ‘러시아 외교관들의 금전수수 관행’을 공공연히 거론한 데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러시아측의 분위기로 볼 때 2차회담에서 사태수습의 가닥을 잡을 수 있을 지는 몰라도 한―러관계의 복원여부는 아직 뭐라고 예측하지 못할 만큼 시계가 극히 불투명하다.

이번 사태는 30억달러 경협차관까지 호언해가며 서두른 6공정부 북방외교의 ‘거품’이 걷히면서 일시에 밀려온 외교적 위기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는 ‘도대체 러시아가 왜 이러는지’를 놓고 표피적(表皮的)논란만 거듭하고 있다. 한―러관계의 위기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마닐라〓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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