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國반환 1주년]침체겪는 홍콩경제

  • 입력 1998년 6월 28일 1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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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을 상징하는 자형화(紫荊花)가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렸다.’

홍콩에서 요즘 유행하는 이 말은 주권반환 1년을 맞아 점차 번영의 신화가 꺾이고 있는 오늘의 홍콩경제를 말해준다.

세계 최고의 야경을 자랑하던 밤거리는 전보다 어두워졌고 외식 잘 하기로 유명한 홍콩인들이 레스토랑을 찾는 경우가 뜸해졌다.

백화점이나 쇼핑센터는 연중무휴 세일을 하는가 하면 주식투자에서 낭패를 본 투자자와 실업자의 시위가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다.

‘국제무역의 메카’였던 홍콩의 얼굴이 달라지고 있는 모습은 주요 경제지표에서 잘 드러난다.

올 5월의 실업률은 4.2%로 15년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1·4분기 경제성장률은 13년만에 처음 마이너스 2%를 기록했다.

부동산가격은 올들어 평균 40% 떨어졌다. 작년 8월 16,000선이었던 항셍(恒生)지수는 95년이후 3년만의 최저치인 8,000선을 밑돌아 증권시장의 대후퇴를 보여주고 있다. 올 5월까지의 관광객도 전년 동기보다 40% 가까이 줄었다.홍콩당국은 22일 정부보유토지 매각중단 등 일련의 경기부양대책을 발표했지만 부동산가격 추가하락에 대한 관망세가 우세해 효과는 미지수다.

홍콩경제를 이처럼 어렵게 만든 1차 원인은 동남아 금융위기.

그러나 둥젠화(董建華)행정장관은 “아시아 경제위기의 영향은 당초 예상보다 심각하지만 경기회복을 자신한다”고 말하고 있다.

4월말 현재 9백62억달러로 세계 3위인 외환보유액과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인 금융시스템 및 중국이라는 거대한 수출시장의 뒷받침 등 경제의 기초여건이 건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홍콩당국의 경제적 무능력이 경기침체를 심화시킨 원인이라는 진단도 있다. 주권반환 무렵 미화 1백20억달러의 중국자본을 증시와 부동산에 투자해 경기를 과열시켰고 아시아 금융위기때 홍콩달러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무리하게 이자율을 인상해 홍콩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지게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가치의 급락, 자금부족에 따른 기업들의 연쇄도산, 폐업과 정리해고로 인한 실업자 급증의 악순환을 낳았다는 것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면서 심리적으로 위축된데다 때마침 터진 동남아의 환란(換亂)으로 인한 아시아 경제위기가 심화되면서 홍콩경제 역시 불황을 겪고 있다.

〈황유성기자〉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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