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는 어디로…(중)]『제발 연착륙을』주변國 애탄다

입력 1998-05-18 20:06수정 2009-09-25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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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국영 가루다(GARUDA)항공에 대한 재미있는 영문이름 풀이가 있다. ‘Good Air, Unless Delayed(연착만 없으면 좋은 항공사)’의 약자라는 것이다.

요즘 자카르타에 쏠리고 있는 지구촌의 눈길은 인도네시아라는 항공기가 공중에서 폭발하거나 갑자기 추락하지 말고 연착륙(소프트랜딩)해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연발이나 연착은 얼마든지 해도 좋으니 제발 큰 사고 치치말고 안정을 찾아달라는 염원이다.

인도네시아 경제위기가 매년 여름 동남아 일대를 할퀴는 무서운 태풍처럼 피해를 확산할 경우 아시아경제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세계경제도 큰 타격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온 세계가 인도네시아에 신경을 집중하는 것은 ‘정치적 연착륙’이 선행돼야 ‘경제적 연착륙’이 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라의 민주화 진전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구촌 의제(아젠다)’의 우선순위에서는 아무래도 밀린다.

장기독재와 물가폭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약탈 방화의 폭동사태로 번져 자카르타에서만 5백여명의 사망자를 내기 전까지만 해도 세계는 수하르토대통령을 빼고는 인도네시아의 안정을 담보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오히려 수하르토가 현상유지를 꾀하면 꾀할수록 더 참혹한 유혈극과 경제파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한 언론은 수하르토가 개각으로 사태를 수습하려 하는 것을 두고 “빙산을 향해 돌진하는 타이타닉호(號)에서 갑판 의자를 재배치하는 것 같은 터무니없는 처방”이라고 비아냥거렸다.

인도네시아와 인접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은 지난해 이후 환란(換亂)을 잘 이겨내고 있지만 “이번에는 소나기를 피하기 어렵다”는 두려움에 빠져 있다. 불이 크면 불똥도 멀리 튀듯 호주 뉴질랜드는 물론 아시아 전역이 ‘인도네시아 지진’의 여파를 걱정하고 있다.

메릴린치증권의 한 분석가는 “인도네시아가 무너지면 주변국에 대한 투자도 격감할 것”이라며 “따라서 이 지역 일대의 경제가 ‘침체도미노’현상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도네시아를 살리기 위한 비상조치를 취할 경우도 문제는 적지 않다. 만일 국제통화기금(IMF)이 각종 보조금삭감, 금융개혁, 독과점 해소 등 인도네시아에 요구한 개혁조치의 적용을 일시 유예한다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특례를 줘도 인도네시아정부가 보조금 지급분을 예산에서 감당할 능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IMF의 처방이 무위로 돌아간다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개혁조치를 묵묵히 실천해온 한국 및 태국과의 균형도 문제다.

외국자본이 발을 뺄 시점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추가 투자가 끊기고 더욱이 경제력의 70%를 좌우하는 화교들의 투자마인드가 회복되지 않으면 경제회생은 꿈꾸기 힘들다.

인도네시아의 경제적 연착륙이 불가능해질 경우 갈 길은 모라토리엄(대외채무 지불유예)이나 지불불능(디폴트)선언에 따른 국가부도 뿐이다.

이 경우 세계경제는 요동칠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에 6백90억달러가 물린 일본 금융기관들은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딴 나라에서 대출금 및 투자자금을 강력히 회수하려 할 것이다. 달러화의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미국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 경우 미국 증시도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중국도 견디기 어려워진다. 통화가치가 떨어지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라는 카드를 빼들지 모른다.

이처럼 인도네시아가 세계경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길 경우 미국 일본 중국 등의 ‘경제 변수’들이 잇따라 폭발해 지구촌 경제는 혼돈과 침체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의 정치 경제의 연착륙을 바라는 세계의 눈길이 절박한 것은 이번 사태에 내재돼 있는 이같은 시한폭탄적 성격 때문이다.

〈윤희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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