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금융기관 합병바람…시티코프그룹 발표 영향

  • 입력 1998년 4월 8일 20시 11분


시티코프그룹과 트래블러스그룹이 6일 전격적으로 사상 최대규모의 합병을 발표한 뒤 전세계에서 대형 금융기관간 합병열풍이 불 전망이다.

7일 의료보험과 금융서비스 회사인 콘세코사와 그린트리사가 66억달러 규모의 합병에 합의했고 소비자금융 전문인 하우스홀드 인터내셔널과 베네피셜 코퍼레이션도 86억달러 규모의 합병을 결정했다. 이날 미국에서만 4개 금융회사가 합병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의 이같은 발빠른 ‘몸불리기’ 작전에 유럽과 일본의 금융계도 “클수록 좋다”는 자세로 맞불을 놓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독일 최대의 은행인 도이체방크는 프랑스의 보험그룹 AXA사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AXA는 영업망이 튼튼한데다 독일보험사와 미국에도 견실한 투자를 해 도이체방크가 탐을 내고 있다.

세계 12위(96년말 기준) 은행인 크레디스위스와 미국의 투자회사 JP 모건도 도이체방크의 합병상대로 거론되고 있다.

야마이치(山一)증권의 도산 등 사상 최악의 금융난 속에 금융대개혁(빅뱅)을 추진중인 일본금융계도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현재까지 자산규모 세계 1위인 도쿄미쓰비시은행 기시 사토루(岸 曉)행장은 “시티그룹의 합병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말해 일본금융계의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

일본 시중은행들도 합병이나 영업분야 다변화 등 변화를 지향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같은 압력은 갈수록 무거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EU)은 경쟁상대인 시티코프의 합병이 공정경쟁법 위반인지 여부를 곧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격렬한 흐름 속에 시티그룹 합병 발표로 미국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회사간 통합을 금지하고 있는 법률조항의 철폐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대공황기인 1933년 은행이 증권이나 보험회사에 투자,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제정된 ‘글래스 스티걸법’과 1956년에 제정된 ‘은행소유기업법’은 합병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간주되고 있다.

미국의회는 79년부터 이들 법안의 개정을 논의해 왔으나 대규모 금융기관에 시장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중소 은행과 보험회사들의 로비로 법개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파리·워싱턴〓김상영·홍은택특파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