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신용평가기관 못믿겠다』…무디스등 逆평가 추진

  • 입력 1998년 4월 7일 20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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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의 신용도도 한번 평가해보자.”

작년 아시아 경제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의 무디스사 등 국제신용평가기관이 역으로 신용평가의 대상에 오르게 됐다.

신용평가기관의 신용등급 발표가 해당국의 금융시장이나 관련기업에 엄청난 파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역평가가 세계 최초로 시도된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국제금융 조사연구기관인 국제금융정보센터는 7일 주요 선진국의 민간 신용평가기관이 내린 신용평가의 신뢰성을 독자적으로 검증, 평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사대상에 오른 신용평가기관은 미국의 무디스와 S&P, 영국의 ICBA, 일본의 공사채연구소 등 3개국의 8개사. 국제금융정보센터는 이들 기관이 과거에 발표했던 금융기관과 기업의 신용도 평가가 적정했는지 여부를 해당 금융기관과 기업의 실적 등을 정밀 추적조사해 빠르면 올 가을에 결과를 발표할 방침이다.

국제금융정보센터의 이같은 시도는 무디스 등의 등급 하향조정으로 경영이 악화되는 일본 기업이 속출하고 있어 신용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과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11월 4대 증권사의 하나인 야마이치(山一)증권이 무디스로부터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자금난이 악화돼 결국 문을 닫는 등 신용평가기관의 등급 하락판정에 따른 금융기관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또 3일에는 무디스가 일본의 국가신용도와 정부발행 채권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발표한 뒤 엔화가치와 주가, 채권값이 동반폭락하면서 금융시장이 공황전야와 같은 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해 하반기 한국과 동남아 외환위기 때도 무디스 등이 해당국가의 신용등급을 실제 경제실상보다 더 낮게 평가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일본 금융계 일각에서는 무디스 등 외국 신용평가기관이 자국정부나 투자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때로 실상을 교묘하게 왜곡, 과장평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도쿄〓권순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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