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 장녀가 밝힌 「아버지의 말년」

  • 입력 1998년 2월 18일 21시 10분


“각막은 기증하고 유체는 의학용으로 해부한 뒤 화장해 조국의 대해에 뿌려달라.” 12억 중국인의 지도자였던 덩샤오핑(鄧小平)의 이 유언은 세계인들을 숙연하게 했다. 그의 유언이 집행된 지난해 3월2일 가족들에 의해 그의 골회(骨灰)가 바다에 뿌려지던 순간 중국인들은 위대한 한 인물의 서거를 실감했다. 중국 언론은 이를 ‘위대한 유물론자의 최후’라고 표현했다. 덩샤오핑 사망 1주기를 하루 앞둔 18일 덩의 장녀 덩린(鄧林)은 ‘덩샤오핑, 딸의 마음속 아버지’라는 추모사진집의 머리글에서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덩의 말년 생활을 털어놓았다. 덩은 만년에 자신의 죽음에 대해 의연했으며 사후 시신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가족들과 기탄없는 논의를 했다. 예를 들어 덩이 “내 골회를 집뜰 과일나무 아래 묻으면 어떻겠는가”고 물었으나 가족들이 “그러면 그 나무에 달린 과일은 누구도 먹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하자 바다에 뿌리는 것으로 낙착됐다. 덩린은 “아버지는 은퇴 후 보통사람처럼 전국 각지를 유람하고 싶어했지만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몰려 단념하고 주로 중난하이(中南海·중국최고지도부가 살고 있는 곳)나 댜오위타이(釣魚臺·영빈관) 혹은 베이징(北京)서쪽의 위취안(玉泉)산에 놀러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989년 85세로 은퇴한 덩은 의사의 권고에 따라 평생 즐기던 줄담배를 끊고 규칙적인 섭생을 한 것이 장수의 비결이었다. 덩은 아침에 일어나면 먼저 쓰촨(四川)이나 안후이(安徽)의 녹차를 마시거나 유명한 시후(西湖)용정차를 마셨다. 또 식사때마다 땅콩 해바라기씨 등을 안주삼아 소흥가반주를 두잔씩 곁들였다. 그는 또 ‘마음을 편하게 하는 소일거리’를 찾아 무협소설과 경극(京劇·베이징오페라), 브리지게임을 즐겼다. 월드컵축구경기와 중국여자배구팀 경기는 생방송 중계를 못보면 녹화를 해서라도 꼭 시청했다. 수영을 즐긴 그는 88세때까지 간혹 한차례 45분씩의 바다수영을 즐겼으나 그 뒤로는 더 이상 수영을 하지 못했다. 덩린은 추모사진집에서 “94년 이후의 사진은 ‘이상적이지 못해’ 게재하지 않았다”고 밝혀 덩이 94년경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했음을 시사했다. 〈베이징〓황의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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